[몰타 문화생활]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 몰타 필하모닉 공연 - 몰타 다웠던 공연 사고
무더운 여름, 공연장 가기
퇴근을 하고 10분을 걸어가 공연장소인 힐튼호텔에 도착했다. 37도 속에 해가 짱짱한 거리를 걷자니 죽을 맛이었다. 공연 전 호텔 로비에 있는 카페에서 친구와 담소를 나누었다.
누가 힐튼호텔에서 파는 라떼가 맛있다고 해서 마셔보았는데 글쎄… 사무치게 그저 그런 맛이었다. -_-;;; 공연 시작 전 객석에 도착하고 보니 아는 사람 몇 명이 보인다. 제주도 6분의 1 크기의 나라인 몰타에 오래 살게 되니 어딜 가든지 아는 사람을 만나게 된다. 마치 강릉에 살았을 때 시내를 나가면 지인 한 두 명은 꼭 만났던 것처럼 말이다.
공연 사고
공연은 아주 만족스러웠다. 상큼한 음악으로 시작해서 분위기가 점점 무르익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호텔 안내방송이 빌런으로 나타났다.
삐! 삐! 집중! 집중!
알람 체크!
연주자들은 끝까지 집중해서 공연을 계속 이어가려고 했지만 다시 안내방송이 시작되었고 건물 안에 있는 사람들은 다 밖으로 나가라고 했다. 결국 공연은 중단되었고, 한참 뒤에 다시 시작되었다. 한국이었으면 관객들이 바로 컴플레인 걸었을 텐데 여기는 사람들이 그러려니 하는 것 같은 눈치다.
그동안 수많은 공연들을 봐왔지만 이런 상황은 처음이다.
굳이 대피훈련을 공연 중간에 해야 하나..
미리 공연에 방해 안되게끔 해주지 참..;;
그럼에도 다지 재개된 공연은 아주 좋았다. 벚꽃축제 같던 연주는 기차가 칙칙폭폭 하고 클라이맥스로 향해 달리고 있었다.
좋은 자극이 되어준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님의 연주
피아니스트 선우예권 님은
여유롭고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었다.
그가 피아노 건반을 치는 모습은 참 우아함 그 자체였다.
소리도 마치 건반 위에 옥구슬이 굴러가는 것만 같았다.
연주의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두 손은 마치 토끼가 깡충깡충 점프하는 것 같기도 하고 다람쥐 두 마리가 달리기 경주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음악을 듣다 보니 러시아 고전영화 ‘전함 포템킨(1925)’이 떠올랐다. 무성영화에 몽타주 기법으로 유명하다. 대학에서 영화전공했을 때 인상 깊게 봤는데 연주된 음악과 비슷한 사운드트랙이었다. 갑자기 다시 보고 싶어 진다.
저렇게 아름답고 멋진 연주를 여유롭게 하기까지 엄청난 연습과 노력이 있었을 것이란 생각에 자극이 되었다. 나도 내 전문성을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하고 발전해야지.
오랜만에 내 삶에 대한 동기부여와 좋은 기운을 가득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