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타에는 외국인 세입자들이 대부분이고, 어차피 몰타를 떠날 것을 알기에 그것을 악용하여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악덕집주인이 많다.
어느정도냐면, 제주도의 6분의 1 크기인 나라에서'몰타에서 피해야할 집주인들 (Landlords to Avoid in Malta)'이라는 페이스북 그룹 회원가입수가 8천여명이다. 가보면 정말 가관이다. 보증금 안돌려주는 것은 기본 옵션이고, 전기세를 몇십만 몇백만 물리는 사람도 있다. 몰타를 '해적의 나라'라고 지칭하는 사람도 자주 보았다. 혹시 몰타에서 방을 구할 예정이라면 가입하기를 추천한다.
악덕집주인의 건물 안 공용부엌이다. 방 둘러보는데 이 부엌이 나온다면 바로 스킵하시길.
일단 내가 사기당한 집주인의 본명은Dr Ashraf Elnazir
무려 '로맨스 사기'로 부자 과부를 유혹해 10몇억을 꿀꺽하셨고,
그로인해 영국 타임즈 등의 여러 신문에도 나오는 유명인사가 되셨다. 해당 뉴스자료 링크 첨부한다.
그래서 주택당국에 집주인이 애초에 내가 이사오기 전 부터 물품목록 제출을 거부하며 의무를 수행하지 않았다고 증거와 함께 신고했다. 돌아온 대답은 “등록신청은 진행중이지만 물품목록 없이는 신청이 거절될 것’
그래서 답답한 마음에 ‘그럼 이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건 뭐에요?’, ‘물품목록 제출하지 않으면 벌금은 없는 거에요?’ 라고 물어봤지만,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주택당국의 침묵에 어이가 없었다.
What are the fines?
For anyone who found guilty of renting out or occupying property for residential purpose that does not conform with the requirements of the Act would face a fine of between €2,500 and €10,000.
[ 이 영어 글은 집주인이 주택당국에 필요서류를 제대로 다 제출하지 않으면 2,500에서 10,000유로의 벌금을 내야한다는 법내용이다. 하지만, 내 신고를 받은 주택당국에서는 아무런 제재가 없었다. ]
이사나가는 날, 집주인은 내가 에어컨 리모컨과 장롱을 망가뜨렸다는 이유로 보증금 돌려주기를 거절했다.
11월1일에 이사와서 26일동안 살았고, 리모컨 쓸일이 없었다. 그리고 리모컨 배터리 전지가 부식한 상태로 낡아있었다.
집주인은 내가 무거운 것을 장롱에 넣어서 그렇다고 했지만 안쪽에서갈라져 있던 장롱의 한 부분은 이미 이사올때 벌어져 있는 상태였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근처에 있는 목공소에 가서 목수아저씨에게 장롱망가진 것이 내 것인지 한 번 봐달라고 원룸 건물에 데려왔지만 집주인이 들여보내주지 않았다.
장롱의 망가진 부분을 본 목수 아저씨는 망가진 원인을 알려주었다. 장롱 재질이 일단 약하고 그 장롱을 연결해주는 컨넥터 크기가 작은데다 플라스틱이어서 깨지는 바람에 벌어지는 것이었다. 그러고 보니 벌어진 부분 외에도 갈라져서 깨지기 직전인 컨넥터들을 장롱 여기저기 발견할 수 있었다.
자기 건물 물품이 망가졌다고 얘기하는 집주인은 오히려 신나는 표정이었다. “오! 이 에어컨 리모컨 망가졌네? 이거 삼성인데” “장롱이 망가졌네~ 니가 너무 무거운 걸 넣어서 그래~” 그 때 느꼈다. 아 이러려고 일부러 물품목록을 제출하지 않았구나… 어차피 나는 이집에 6개월을 채우고 살았어도 보증금은 돌려받지 못했겠구나…
억지 이유를 대면 보증금을 돈을 돌려주지 않는 집주인에게 물었다.
“왜 안돌려 주는 거에요?”
“니가 계약서를 해지했으니까. 내가 한게 아니고”
다음날, 주택당국에 가서 내 상황을 어필하며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분쟁해결’을 할 수 있는 물어보았다. 하지만 물품목록 없이 계약서 등록이 무효가 될 것이기 때문에 불가능 하다고 했다. 더 충격적인 것은 집주인이 물품목록을 제출하지 않았어도 등록신청을 하기는 했기 때문에 벌금을 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거기다 벌어들인 월세에서 15프로의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단다. 정식으로 주택당국에 등록된 계약서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중개소에 중개비 265유로를 환불요청을 했다. 내가 중개비를 세입자로서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였지 악덕집주인을 소개받고, 보증금에 대한 권리까지 잃으려고 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중개소에서 계약서를 해지 하는 것을 도와주기는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이런식으로 중개소와 악덕 집주인이 함께 마음만 먹으면 법적인 제지 없이 세입자들의 보증금을 갈취할 수도 있다는 것. 정말 대박이다.
중개소에서는 자기웹사이트에 그집주인의 원룸광고를 다 지웠으면서 내 환불요청은 거절했다. 그들의 변명은,
우리는 집주인의 행동을 컨트롤 할 수 없다.
계약해지를 도와줬으니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어느 세입자가 자기 보증금에 대한 권리를 잃어가면서 중개비를 낼까?
그리고 원래 절차대로라면 중개소에서 계약일 시작 전에 물품목록 만드는 것을 확실히 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 집주인을 세입자에게 소개해주면 안되지 않나. 하지만 이 중개소는 내가 이사 오고 2주가 지났는데도 물품목록은 물론 자기들이 중개한 계약서가 정식으로 등록 되었는지 확인조차 하지 않았다.
회사에서는 보증금을 못 받을 거라고 했지만 내가 조사한 몰타 법에 따르면 나는 계약을 언제든지 취소할 수 있고 페널티도 없다. (내 원룸 외에 다른층에 있는 부엌과 세탁실을 공용으로 쓰기 때문. 그래서 계약할 때 법에 따라 6개월 이상 할 수 없었음). 그래서 법적으로는 다 돌려 받을 수 있다. 회사에서 크게 서포트받는 느낌이 없다. 그냥 내가 스스로 살아남아야 한다. 하하하~
그런데 집주인이 보증금 못준다고 해서, 에이전시 조언대로 주택당국에Housing Authority 가서 신고했다. 그곳에서 알게 된 사실!
법적으로 집주인이 나를 거주자 등록해야 하는데, 세금 내기 싫어서 안했단다 ㅋㅋㅋㅋㅋ 등록을 10일 이상 안 하면 최소 벌금 2000유로 란다 ㅋㅋㅋㅋㅋ 14일이 지났는데... 그래서 냉큼 나 말고 다른 거주자가 한 명 더 있다고 했다 ㅋㅋㅋㅋㅋㅋ 주택당국 직원이 내가 사는 건물을 조회에 보니 거주자 등록된 사람이 한 명도 없단다 ㅋㅋㅋㅋㅋㅋ
애초에 순순히 보증금 준다고 했으면 걸리지 않았을텐데 ㅉㅉ
앞으로 할 일은 내가 직접 거주자 등록을 해야한다는 것.
"그렇게 하려면 집주인 사인이 들어있는 서류가 필요한데, 어떡하지"라고 에이전시한테 얘기했더니 "집주인이 보통사람이 아니라고 해, 다루기 힘든 사람이라고" 잘 설명하라고 조언해줬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에이전시도 집주인 성격을 제대로 경험했기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몰타 오자마자 이게 뭐람.
내가 계약 취소하겠다는 메일과 법을 위반했다는 주택당국의 연락에 다음날 런던에서 몰타로 날아온 집주인.
평소랑 다른 격식있는 어조로 직접 만나서 조정하자고 메일을 보내왔다.
나는 더이상 당신과 대화를 나누며 상처 받고 싶지 않기에 오래 걸리더라도 차라리 주택당국 통해서 돈을 돌려받도록 하겠다고 답장을 했다. 그랬더니 원래 말투로 돌아와 이런저런 막말과 함께 이 좋은 집주인께서 이 나쁜 입주자를 제거(get rid of) 해야겠다며 이사 가는 날 보증금과 미리 낸 집세를 돌려주겠다고 했다. 나를 하루빨리 내보내고 싶다며 말이다.
그러더니 다음날인 어제 와이파이가 중간 중간 끊어져서 예감이 좋지 않았는데, 나랑 말 섞기 싫은 집주인이 나는 같이 받아볼 수 있도록 한 상태로 에이전시한테 메일을 보냈다. 내용은 이러하다.
1. 와이파이 서비스가 안좋아서 계약해지했고 선을 끊어버렸다. (이 인간이 진짜.. -_-)
2. 니 고객이 오늘 종이박스랑 검은 봉지에 담은 쓰레기를 건물 밖에 버렸다. 오늘 버리면 안 되는 거다. 세상에. 조금만 늦었으면 벌금을 물 뻔했어!!!
(고객은 나를 지칭한 거다. 내돈은 자기도 받았으면서. 참고로 이사 가게 될 새집 집주인은 나에게 쓰레기는 어떻게 버려야 하는지 건물에 어떤 룰이 있는지 모든 정보가 담긴 파일을 건네준 반면 지금 이 현재 집주인은 아무 정보도 나에게 준 적이 없다. 그래서 나는 주변 이웃들이 건물 밖에 버린 쓰레기를 보고 어떤 쓰레기를 버려야 하는지 알아내야 했다.)
3. 이사 가는 날 미리 낸 방세는 줄 거다. (즉 보증금은 안 준다는 얘기. 또 말바꿈)
그래서 나는 답장으로 쓰레기 잘못 버려서 미안하다 그런데 박스는 가져가는 날이 맞는지 한 트럭이 나타나 가져갔고, 검은 봉지는 다시 내 스튜디오에 가져왔다. 다시는 안 그러도록 노력하겠다.
그리고 이사 가는 날에 방을 잘 썼는지 확인 후 돌려준다고 한 거 다 못준다고 하면 주택당국 통해서 해결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같이 메일을 받은 에이전시가 마무리로 쐐기를 박았다. 둘 다 동의한 대로 이사 가는 날 돌려줘야 할 돈 다 주는 걸로 하고, 에이전시에서 직접 둘에게 영수증을 써주도록 하겠다고 집주인과 내게 메일을 보내줬다.
그리고는 집주인이 답이 없다.
오늘은..
쓰레기 버리는 걸 아직도 잘 몰라서 쌓여가는데 집주인한테 또 해코지당할까 봐 걱정되고.. 고민하다가.. 근처 슈퍼 점원한테 내 상황을 얘기한 뒤 괜찮다면 내 쓰레기를 슈퍼 앞에 둔 쓰레기 옆에 두어도 되냐고 물어봤다. 흔쾌히 허락받았고, 그렇게 해결을 봤다.
이사는 돌아오는 목요일 11월 26일에 간다.
마음의 평안이 참 소중하다는 것을 깨닫는 요즘이다.
21일 만에 샤워기에서 따뜻한 물이 제대로 나온다. 믿기지 않는다. 18일에 몰타로 돌아온 집주인이 드디어 내가 보낸 계약해지통지서를 봤나 보다. (법에 따라 이사 나가기 7일 전에 보내야 해서 19일에 보냄)
발레타에 위치한 주택당국 (Housing Authority)에 이틀 연속으로 가서 직원한테 직접 작성한 통지서를 알맞게 작성했는지 확인하고, 에이전시가 알려준 대로 우체국에 가서 등록한 뒤 보냈다.
마지막 내용에 임팩트 있게 내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법을 나열했다. 한국법도 잘 모르는 내가 직접 찾았다. (웃프다) 공용공간을 6개월 계약한 거주인으로서의 권리와 그 권리가 마땅히 지켜지지 않으면 집주인이 벌금을 얼마나 물어야 하는지의 내용인데, 언제든지 거주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고, 해지할 시 벌금을 물지 않는다는 것. 결정적으로 물공급을 제대로 못하면 1500유로에서 4000유로까지의 벌금을 내야 한다는 내용이다. 법 덕분에 집주인이 드디어 21일 만에 샤워 문제를 해결했네. 이렇게 고칠 줄 알면 진작에 좀 하지 -_-...
SHARED RESIDENTIAL SPACE Any contract entered into for the lease of a shared residential space shall have a duration of six (6) months. The lessee may withdraw from the lease at any time, by giving one (1) week prior notice to the lessor by registered let- ter. Furthermore, no penalty may be imposed on the lessee for exercising his right of withdrawal.
RIGHTS FOR TENANTS Landlords who infringe such rule are subject tofines ranging between €1,500 and €4,000– extending to unper- mitted entry into the property, removal of furniture or personal belongings from the property, andthe suspension or interruption of water and electricity services.
몰타에서 내 인생 최악의 악덕 집주인을 만났다. 유럽생활 6년 차에 최대 고비이자 시련이다. 그래도 다행히 사는 곳이 따로 위치한 부엌을 공유하는 곳이라 6개월 이상 계약을 할 수 없었는데, 이것은 정말 몰타에서 지금까지 유일하게 허락된 행운이라 할 수 있겠다. 하하하.
참고로 옥상 공사가 진행되다 중단되어서 난장판이다. 도저히 빨래를 널수가 없다. 분명 여기 계약하기 바로 전 (한 달도 더 전에) 영상통화로 방을 봤을 때에도 옥상이 혼란 그 자체였는데, 내가 이사 올 때에도 그대로 유지되어 있을 줄이야. 집주인의 변명으로는 공사하던 사람이 코로나에 걸려서 입주자들을 위해 (전혀 그렇지도 않으면서) 옥상 리모델링을 멈춰야 했다. 그 부분은 이해하니 빨래를 널수 있도록 청소해달라고 부탁한지 3주차인데 아직도 나는 내 방에서 빨래를 널고 있다. 햇빛 쨍쨍한 옥상에서 2-3시간이면 마를텐데, 내 방에서는 2-3일 정도 걸린다.
현재 이사 온 지 3주차. 첫 주에는 와이파이가 끊겼고, 두 번 째 주였던 지난 주에는 전기가 나갔다. 전기가 나갔을 때는 무의식적으로 "정말 가지가지 하는구나.." 라고 말이 툭 튀어나왔다.
와이파이가 끊겼을 당시에는 은행 볼일을 보는 중이어서 나는 아직 무슨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는 상태였는데, 런던 집주인이 혹시 내가 전기퓨즈박스를 건드렸는지 물어보았다. 몰타에 살지는 않지만 건물에 CCTV를 설치해서 거주자들의 일거수 일투족을 항상 예의주시하는데 (깨림칙 -_-) 와이파이가 끊겨서 그러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집에 돌아오고 와이파이가 작동하지 않자 나도 참 난감했다. 안그래도 비자문제로 할 일이 태산인데, 진짜 스트레스가 어마어마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와이파이를 위해 하루종일 카페에 눌러앉아 있던 중 집주인에게 연락이 왔다.
"내일 아침 9시에서 정오 사이에 와이파이 연결 시키러 사람이 올거야 그 시간에 집에 있어?"
"나 내일은 병원에서 검사 이것 저것 받고 백신도 맞아야 하고, 회사에 미팅이 있을 수 있는데 그 시간이 아직 정해지지 않아서 잘 모르겠어"
"그래 그럼 내일 오지말고 다음주에 오라고 할게."
"(어이없음) 뭐?"
"(본인은 아쉬운 거 없다는 듯) 어차피 인터넷이 필요한 건 너니까"
"회사랑 조율을 해보기는 하겠는데, 솔직히 인터넷은 너도 필요한 거 아니야?"
"아니 난 안필요한데?"
참 나.. -_- 그럼 몰타에도 없는 사람이 이 건물 와이파이 끊겼는지는 어떻게 나보다 먼저 알았담?
전기 끊겼을 때는 더 가관이었다. 퓨즈박스 다 체크했다고, 스위치 전부 다 위로 향해 했다고 했더니 "그럼 아무 문제 없는 거고, 정부에서 끊은 거야. 내가 할 수 있는게 없어. 안녕."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 이게 무슨 경우지? 아니 이런 집주인을 만나다니 ㅂㄷㅂㄷ...
한 번은 내 원룸 출입문 옆에 잠금번호로 키를 보관할 수 있는 키박스(Key Box)가 있어서, 키 복사해서 거기다 둘 수 있도록 비밀번호 알려달라고 했더니 돌아온 답변은 이러했다.
"건물 보안문제 때문에 알려줄 수 없어. 니가 하려고 하는게 뭔지 알겠는데 안돼. 키 복사하면 거기다 두지 말고 건물 어디에 잘 숨겨봐"
아놔. 새하얀 대리석 계단 밖에 없는 이 건물에 뭘 어떻게 숨기라는 거야. 세입자는 신경 1도 안쓰면서 건물은 그렇게 걱정하는 집주인이 정말 꼴불견이었다.
아침에서 오후까지는 찬물만 나오고, 저녁 6시부터는 뜨거운물만 첫 5-6분 정도 나오며 (엄청나게 뜨거워서 피부가 데일 것 같다), 그 다음에는 찬물만 나온다. 집주인이 하도 문제 없다고 해서 사진으로 증명하고자 물을 욕조에 담아 발을 한참 담궜다가 꺼냈다. 나도 이런 내가 참 대단한 거 같다 ㅋㅋㅋㅋㅋ
이사 올 때부터 지금까지 따뜻한 물이 제대로 안나와서 샤워도 제대로 못한 상태이다. 집주인에게 얘기했지만 씨알도 안먹힌다. 나중에는 오히려 읽씹당했.. -_-.. 에이전시 통해서 물 제대로 안나오면 계약 취소하겠다고 하니 그제서야 배관공 불러준다 해놓고는 그냥 방치중이다.
그래도 왠만하면 계약기간 6개월을 채우려고 했다. 진짜로.
그러나 결정적으로 일하게 된 회사에서 1년 계약한 집이 있어야 워킹퍼밋을 받을 수 있다며 계약을 6개월 더 연장하라는 것이다. 아이고... 제정신이 아니고서야 여기서 어떻게 1년을 사냐고... -_-... 그리고 사는 곳 특성상 법적으로 6개월 이상 계약을 못한다는데 나보고 어쩌라는 것인지.. 진작에 1년 계약하라고 알려주기라도 하지 그랬어요. 내가 마음에 안듭니끄아아아아아!
혹시 내가 계약을 취소하면 법적으로 보증금을 받을 수 있는지 회사에 문의했는데, 못받을 것이란 답변을 들었다. 그래서 직접 몰타 법을 검색해 보았더니 공용주거공간으로 6개월 계약할 때는 언제든지 임대한 사람이 취소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거기다 패널티도 없이 보증금도 돌려 받을 수 있다는 것 :
[해당 몰타법 내용]
SHARED RESIDENTIAL SPACE
Any contract entered into for the lease of a shared residential space shall have a duration of six (6) months. The lessee may withdraw from the lease at any time, by giving one (1) week prior notice to the lessor by registered letter. Furthermore, no penalty may be imposed on the lessee for exercising his right of withdrawal.
What is a Shared Residential Space The new rental regulation makes provisions for the rental of shared residential space. This is the leasing or renting of a separate space in a building with shared amenities. In such cases, lease duration is of 6 months and the contract cannot be renewed. The contract can be cancelled at any time during this period given that one week of notice is given via a registered letter.
몰타에서의 이번 첫 집은 큰 건물에 아파트식으로 된 스튜디오다. 내 방과 화장실을 나 혼자 쓸 수 있지만 부엌은 집주인과 나 그리고 나처럼 부엌이 없는 다른 임차인과 써야한다.
이삿짐 옮기는 걸 같은 건물에 사는 조셉이 고맙게도 나를 도와주며 부엌에 있는 비밀번호를 까먹었는데 혹시 아냐고 물어보았다. 그래서 나는 '조셉이 나랑 같이 부엌을 쓰는 사람이구나'해서 알려줬다가 집주인에게 호되게 혼났다. 알고보니 조셉의 방은 부엌이 구비되어있는 상태라 공용부엌을 쓰면 안된다는 것이다. 지금 현재 집주인이 런던에 있고 아직 부엌을 쓴 다른 임차인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이곳을 쓰는 사람은 나 혼자이니 무슨일이 일어나고, 물건 망가지고 하면 다 내.책.임.이라는 것.
아무튼 그걸 모르는 상태여서 조셉 여자친구에게 부엌을 쓰게했다. 가스렌지에 불이 안들어와서 애먹었는데, 그녀가 고쳤다! 불이 다 들어오지는 않지만 이제는 밥해먹을 수 있겠구나 하고 안심하고 있는데, 바퀴벌레가 나타났다. 오마이갓. 별거 아니라는 듯이 맨손으로 벌레를 때려잡는 그녀. 와우. 어라? 근데 오늘 산 커피캡슐 양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분명 30개에서 내가 딱 하나 먹었는데, 세어보니 25개다 ㅋㅋㅋㅋ 이 조셉여친님께서 저녁을 요리하기 전에... 내가 잠깐 집주인과 통화하는 사이에 커피캡슐을 네 개나... 와우... 🤪 (내 세탁물을 넣고 돌리고 있는데 본인 남친 옷을 하루빨리 세탁하기 위해서 내 세탁설정을 변경까지... 😂😂😂😂 분명 세탁을 끝냈는데 옷들이 다 물을 한 껏 머뭄고 있어...😂😂😂 )
바퀴벌레와 가스렌지 문제, 집계약할 때 빨래 건조기가 있다고 들었는데 없는 것에 대해 집주인과 얘기를 하니.. '여기는 몰타나 바퀴벌레 어디든지 있다, 영국에서 보지 않았냐' (아니요.. 저는 영국에 5년 반 살면서 한 번도 못봤는데요..) '바퀴벌레는 소소한 문제다' (진짜? 별거 아니야? 라고 물으니 말을 다시 바꿈. 그래도 결론은 여기는 몰타기 때문이란다.) '여기는 영국이 아니라 햇빛 짱짱한 몰타기 때문에 건조기는 필요없다' (아니 나 계약할 때 있다고 들었다고 -_-)
집주인이 말이 느리고, 한 주제에 대해 한도 끝도 없이 길게 얘기하며, 사람얘기를 끝까지 듣는 타입이 아니라서 내얘기를 할 수 없다. 건조기 전에 다른 문제 얘기하는데에만 1시간이 소비됨... 그래서 건조기 얘기는 포기했다. 멘붕이다. 더블침대인데 저 큰 시트를 어떻게 말린담. 옥상은 공사중이라 시멘트가루랑 흙들이 여기저기 뒹굴거리고 있는데...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면...
1. 계약을 6개월만 하기를 천만다행이다...😭😭😭😭😭 2. 무사히 몰타에 도착했다. (코로나 증상 없음, 무증상 감염자일수도 있겠지만 ㅎ) 3. 내일 코로나 걸렸는지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한다. (조만간 확실히 알 수 있게 된다 :) 4. 새로운 곳에서 인생의 새로운 챕터가 시작되었다. 5. 6년 만에 나만 쓸 수 있는 화장실이 생겼다. (쉐어하우스 안녕) 6. 포트폴리오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을 확보했다. 7. 같이 사는 조셉이 몰타사람이다. 신기하다! 사람도 좋아보인다!
드디어 런던을 떠나야만 하는 날이 왔다. 큰 짐과 함께 이사 자주 다니기가 버거웠기에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를 소망하며가지고 있는 물건들의 양을 최대한 늘리지 않았음에도 이삿짐 정리는 왜이리 오래 걸리고 양은 또 왜이리 많은 것인가...
삼 일 전 미리 예약한 까만택시가 10분 전에 도착했고, 같이 살던 해쓸이하고 라우라가 짐 옮기는 것을 도와주었다. 런던집 안녕... 잘 살다 간다... 택시기사 아저씨는 런던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박이었고, 손흥민 선수가 소속된 토트넘 서포터즈였다. 쏘니로 이야기 꽃을 한참 피웠다. 하하하. 원래 다른 팀을 응원하던 아저씨 가족은 축구선수인 삼촌이 토트넘으로 이적하면서 지지하는 팀이 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역시 여기는 영국이구나.
마지막으로 런던에서 택시 타던 때가... 2년 전 넷플릭스 '플린치'를 노던아일랜드에 있는 벨파스트에서 촬영하고 런던시티공항으로 잉글랜드에 돌아왔을 때 너무 늦어서 대중교통이 끊겼을 때였다. 그 때 택시기사 아저씨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이셔서 한 시간 동안 지성팍 (박지성 선수) 이야기를 하셨다. 역시 여기는 영국이구나.
이번 토트넘 팬인 아저씨와는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런던 토박이인 당신께서는 아무리 생활비가 많이 든다고 하더라도 기회가 넘치고 할 것들이 많은 런던을 사랑한다고 고백하시는데, 그 애정이 뚝뚝 묻어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아저씨..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런던 떠나는 게 더 미련 남잖아요.. ㅠ_ㅠ..) 아저씨는 곧 한 달간 다시 시작되는 영국 봉쇄로 다시 택시손님이 줄어들 것에 대해 걱정하셨고, (이 뉴스가 영국 떠나기 바로 전날 속보로 떠서 정말 깜놀했다.)
아직 10대인 아들 딸이 있는데 부담이 많이 된다고 하셨다. 지난 봉쇄 때에는 정부의 지원이 있어서 오히려 수입이 조금은 늘기는 했지만 이번 봉쇄 때는 어떻게 될 지 모르겠다고 하신다. 부모로서 자식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해야 아이들이 돈 때문이 아니라 자신들이 진짜 하고 싶은 일들을 찾아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아저씨는 그 철학에 대해 확고하셨다. 당신 부모님께서 돌아가시면 그 유산은 손자 손녀인 당신 자녀들에게 상속된다고 하는데, 정~말 신기했다. 가끔 영국친구들 중에 할머니, 할아버지 한테 유산으로 집을 물려받는 20대 친구들을 만나는데,영국에서는 흔한 상속스타일(?)인건가.
"아저씨가 버젓이 살아계시는데 상속을 자식한테 바로 넘겨줘도 괜찮아요?"
"아이들이 재정적으로 안정적이어야 하니까"
히드로공항 터미널 5 도착. 코로나 터지고 처음으로 가는 공항인데, 입구 들어가기 전에 손 세정제와 마스크 없는 사람들을 위한 일회용 마스크가 구비되어있었다. 공항 내에 있는 벤치들 중간 중간에 못앉도록 표지판이 자리잡고 있는데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영화 속에 있는 기분이다.
수하물 부치고, 마지막으로 카페 네로Nero에서 공항 밖 풍경을 바라보면서 에스프레소 마끼아또를 마셨다. 영국 체인 커피점 중에서는 역시 네로가 최고.. 그리울 거야.. ㅜㅜ
몰타 국제공항 도착. 큰박스2개, 큰 캐리어, 작은 캐리어, 카메라 가방, 노트북 2개 든 배낭 하나. 모두 합쳐 80키로 이상 되는 짐을 카트에 실으려고 하는데 식겁했다. 1유로 동전을 디포짓을 해야 카트를 쓸 수 있는 것이다. 여러 공항을 다녀봤지만 이렇게 인색한 공항은 또 처음이네..
아니 왜 2029년??? -_-??
이럴 줄 알았으면 히드로 공항에서 유로 좀 뽑아 놓을 걸 그랬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주변에 ATM이 하나도 없었고 단지 유로 화폐를 동전으로 바꿔주는 기계만 있을 뿐이었다. 억척스럽게도 나는 짐을 하나하나씩 옮겼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택시기사 아저씨한테 도착할 때 까지의 거리가 한 400미터 정도 되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다 쳐다봤다. 짐이 한 두 개 있는 것도 아니고 카트도 없이 여자 혼자서 나르고 있으니 ㅎㅎ 다행이도 바닥이 대리석이어서 박스를 밀면서 옮길 수 있었다. 그 바닥이 까끌까끌한 시멘트 바닥이었다면... 아우 상상도 하기 싫다. 택시기사 아저씨가 짐을 끌고 나오는 내 모습을 보며 카트는 왜 안쓰는지 물었고, 나는 분하고 억울한 톤으로 상황을 설명했다. 그랬더니 본인 주머니에서 1유로 동전을 꺼내주는 아저씨. 하하하.
드디어 도착한 몰타에서의 새 집. 집주인이 끝까지 비번을 알려주지 않고 도착해서 연락해야 알려준다고 해서 정말 걱정했다. 보증금도 냈고, 방세도 다 냈는대도 안알려주니 참...
방세 내는 날 이틀 전에 집주인 '방세를 계약에 명시된 날 전까지 바로 주지 않으면 건물 안에 들어가게 하지 않을 것'이라고 문자가 왔다. 그래서 나는 '물론 일리있는 말씀이지만, 파운드가 애매하게 남아서 한국계좌에서 보내려고 하는데 이체신청하고 4-5일은 걸릴 예정이다. 신청하고 인증사진도 보내고 할테니 3일정도 늦게 지불하면 안되나요' 하니 '비지니스는 비지니스'라며 절대 안된다고.. 하하하.. 판데믹으로 회사관련 일처리에 이사준비 하느냐고 정신 없었는데 집주인이 제대로된 복병이었다 ㅋㅋㅋㅋㅋ
그래서 그 정신 없는 가운데서도 한국카드로 파운드를 뽑아 영국거래 은행인 '몬조'에 돈 넣을 수 있는 곳을 찾아서 입금한 뒤 집주인 계좌로 겨우겨우 방세를 건넬 수 있었다. 엄청나게 강직한 분인 것 같은데, 앞으로 생활하는데 많이 고단할 것 같다. 화장실 딸린 스튜디오는 나만 쓰는 거지만 부엌은 이 분과 같이 써야하는데 참 걱정이다. 또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