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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온 하메, 미에르코


또 새로 오게되는 이탈리아 남자가 있으니 그리 알라는 집주인에게 거의 공지와 가까운 메세지를 받았다.

남자가 이사오게 되는데 괜찮냐고 물어봐주기라도 하지. 이제 나 혼자 여자가 되는 건데 -_-;;; 이정도면 양반이기는 하다. 라울이 이사올 때는 얘 이사 오고 나서 3일 정도 지나고 난 뒤에 부엌에서 마주쳐서 누가 새로 이사온 지 그제서야 알게 되었으니까…@_@…

집주인 아저씨가 소유한 집은 내가 사는 곳 맞은 편 두 곳이 있는데, 남녀구분 없이 받는 분위기다.

우리동네 바깥풍경



아무튼 이사 온 이탈리아 남자는 막상 만나보니 고등학생 느낌이다. 이름은 미에르코. 몇 살이냐고 물어보니 23살이란다. 아이고, 내가 거의 이모 뻘이다. 그래서 나도 내 나이를 말해주었다.

미에르코 - “너…나이 알고 있었어.”

나 - “응? 어떻게?”

미에르코 - “라울이 말해줬어.”

나 - “뭐시라? 여자나이를 함부로 그렇게 발설했다고라?”

내가 급분노하자 미에르코는 재밌다는듯 킥킥 웃었다.

나 - “그런데 너 진짜 깔끔하다. 너무 맘에 들어!부모님이 깨끗하신가봐.”

쾌적해진 부엌
깔끔한 식탁, 라울이 깔개를 사와서 식사할 때 더 격식있는 것 같다
깔끔해…



학사를 마무리하고, 영어를 배우러 몰타에 왔다는 미에르코는 특유의 이태리 억양과 함께 아이가 옹알이 하듯 말한다. 그게 너무 귀엽다.

미에르코 - “아빠..엄마.. 깨끗해… 그래서 나도 깨끗해야해.”

나 - “너 혹시 형은 없니?”

미에르코 - “있어.”

나- “몇 살이야?”

미에르코 - “26살.”

에잇, 형도 나보다 어리네… -_-;;;

그동안 프랑스 여자애들 둘과 6개월을 전기세 스트레스와 매일 식당 마냥 매일 튀김을 해먹어서 기름때 가득한 부엌으로 힘들었다. 물끓이는 전기포트 손잡이를 잡고 나면 내 손이 기름때로 범벅이었고, 토스트기도 시간들여 닦아도 하루 만에 기름때가 다시 덕지덕지 붙여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애들은 착했다…ㅜㅜ

새로운 하우스메이트 라울과 미에르코가 이사오고 나니 내가 쓰던 부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매일매일 깔끔함으로 반짝거린다. 내가 오히려 새로 이사온 기분이다. 이 두 유럽청년들 성격도 좋다!

왜 하필 이제 이사를 나갈 때가 되어서야 이런 복이 굴러온 것인가!

영국에서도 더러운 플랏메이트들에 힘겨워 하다가 이사 나가기 5일 전 정말 깔끔한 같은 대학 건축과 남자애가 이사왔었다. 스위스계 영국사람인 그의 방에는 직접 만든 건축 피규어들이 있었고, 그의 컵보드에는 요리와 베이킹 키트도 있었다. 인턴십 끝나고 집에 오면 클래식 피아노를 치며 내 귀를 호강시켜주었고, 직접 건강한 식재료로 요리를 하며 항상 나한테 “같이 먹을래?”하고 나누어 주었던 좋은 기억이 있다. 그렇다. 내가 이사 나가기 전 그 5일 동안 너무나 행복했다. 결혼은 이런애랑 해야하는 거구나 싶었다.

뭐, 쌩뚱맞지만…
결론은 쾌적한 현재를 즐기자 하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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