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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저녁, 모든 일과를 끝내고 잠에 들기 전이었다. 시험을 치루기 위해 스페인으로 잠시 돌아간 라울에게 메세지가 왔다.

라울 - “신, 괜찮아?”

평소 메세지를 주고 받지 않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나 싶었다.

나 - “응, 괜찮아! 뭐가 잘못되기라도 한 거야?”

라울 - “미에르코가 그러는데 우리 옆건물에 지금 총소리가 나서 경찰이 출동했대.”

나 - “뭐?!”

그리고는 라울이 단체채팅방을 만들어 나와 미에르코를 초대했다. 건물밖 사건현장에 있던 미에르코는 사진과 영상을 찍어 집밖에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여주었다. 야밤에 경찰차와 엠뷸러스차의 라이트가 깜빡거리고 있었고, 무슨 일인지 궁금해 나와서 구경하는 사람도 보였다.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일이야.

미에르코 -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경찰이 위험하다고 에스코트 해줄 때 까지 기다리래.”

돌아온 미에르코는 어떤 상황이었는지 흥분하며 설명했다. 그 짧은 영어로 그 특유의 이태리 억양과 귀여운 옹알거리는 말투로 방언터지듯 말하는데 아..귀엽다… >_<… (기승전 미에르코 귀엽다..ㅋㅋㅋ)

미에르코 - “피자 사러 갔다가 이게 무슨 봉변이야”

그는 정확하게 ‘X킹 피자’를 영어로 언급했다 ㅋㅋㅋㅋ

총소리가 나서 신고받아 출동한 경찰은 흘린 피가 가득한 방을 발견했고, 무장경찰도 출동하게 되었단다. 영어라서 다 못알아들었지만 총 쏜 사람은 못잡은 거 같다고 했다. 밖에 뉴스 미디어에서 취재하러 오고 난리란다.

몰타에 온 지 일주일이 지난 미에르코는 부모님이 걱정하실 까봐 이 일을 알리지 않을 거라고 했다. 이제 이 집에 이사온 지 얼마 안된 이 유럽청년은 넋두리를 시작했다.

라울 - “나는 몰타에 온 건데… 미국이 아니라…”

미에르코 - “몰타에 온 지 일주일 만에 이런 일이.. 우리건물에서 그랬다면 당장 이탈리아로 도망갔을거야.”

이 때 농담 잘 던지는 유쾌한 라울이 한 마디 했다.

라울 - “걱정마, 우리에게는 이 집에서 가장 몰타인인 신이 있잖아. 우리를 지켜줄거야.”

나 - “응? 뭐시라? -_-?? 뭔소리??”

라울, 미에르코 - “ㅋㅋㅋㅋㅋㅋ”


다음 날 아침, 예상대로 총기사건에 대한 뉴스가 나왔다. 총 쏜 사람, 맞은 사람 둘 다 발견되지 않았단다. 아이고야, 무서워서 동네 돌아다니겠남…

부엌에 가려고 방문을 열자마자 스페인에서 돌아온 라울과 마주쳤다. 집에 아무도 없을거라 생각했던 라울. 안그래도 큼지막한 그의 눈이 너무 놀란 나머지 터질 것만 같았다.

나 - “돌아온 걸 환영해 라울, 내가 그 총 쏜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놀랐구나. 걱정마, 나는 신이야.”

진정된 라울이 깔깔웃는다.

이번에는 집에 있던 미에르코가 향수냄새를 풍기며 밖에 다녀온다고 했다.

나 - “그래, 사람 조심하고, 총 맞지 말고…”

반진심 반농담인 나의 멘트에 미에르코도 장난끼 있는 얼굴로 그러겠다며 맞장구친다. 나중에 돌아오더니 뿌듯하다는 얼굴로 한 마디 한다.

미에르코 - “신, 나 총안맞고 잘 다녀왔어.”


귀여운 녀석 ㅋㅋㅋㅋㅋ

몰타가 워낙 작은 나라라 범인은 금방 잡힌 모양이다.
총을 쏜 살인자는 리비아 사람이었고, 피해자는 터키사람이란다. 이 이야기를 몰타에 오래 산 사람들한테 이야기하니 종종 몰타에 일어나는 모양이다. 와… 이 나라 진짜…@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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