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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과 다름없이
출근 버스를 타려고 하는데 아뿔싸..

샌들 끈이 뚝!하고 끊어져버렸다.

그래도 출근은 해야 하겠고,
어쩔 수 없이 멀쩡한 다리를 질질 끌며
버스를 타고 회사 건물에 도착했다.

멀쩡한 신발 한 짝과 유명을 달리한 한 짝으로
어떻게든 자연스럽게 걸어보려 했지만
바닥에서 이상한 소리를 냈고 사람들이 쳐다봤다.

운이 좋게도 지하 1층에 Welbee’s 마트가 있었고
슬리퍼와 샌들을 팔고 있었다.

마트 직원들이 이상하게 걷고 있는 나를 보고는
신발로 시선을 옮기며 재미있어하는 것 같았다.

‘그래.. 부끄러워할 것 없다. 나는 관종이다.
나는 이 상황을 즐기고 있다..’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었다.



사람들이 불쾌해하지 않고 재미있어했으면 됐지 뭐 🤣🤣

잡화코너로 안내해 주는 사람은
‘오늘 사고가 제대로 났네요.’라고 말을 건넸다.

사무실에서 신어도 괜찮을 것 같은 샌들이
딱 내 사이즈로 한 켤레만 있었다.

마치 누군가가 오늘 나에게 이런 일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미리 예감하고 남겨놓은 것만 같았다.

계산을 하고 바로 신으려고 하니
신발 포장 뜯는 것이 쉬워 보이지 않는다.

결국 새로 구매한 신발 한 켤레를 한 손에 들고
사람들의 시선을 즐기며(?)
죽은 신발을 질질 끌며 사무실로 향했다.

다행이다.
새 신발이 꼭 맞는다.
집에 갈 때는 멀쩡하게 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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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근 바로 전 날,
설레는 마음에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새벽 5시 반에 기상한 후 성당에 가서 기도하고,
헬스장 가서 30분 정도 운동을 하고, 씻고,
아침 먹고, 점심은 첫날이니까 도시락 패스.
맛있는 거 사 먹고 싶었다. 새 직장이 있는 세인트 줄리안으로 향했다.
슬리에마 집에서 버스를 타던 걸어가던 20분 거리.
행복하다..ㅜㅜ

세인트 줄리안

회사 건물은 잘 찾았는데
엘리베이터가 내가 가려는 층수까지 안 간다.

‘뭐야, 어디로 가야 하는 거야..ㅠㅠ’

지각할까 봐 걱정하는 중에
CEO 아우라를 마구 뿜는 중년 남성 분이
건물 뒤쪽에 숨어있는 리셉션으로 안내해주셨다.

“처음 와 보는 거니?”
“네, 오늘 출근 첫날이에요.. 감사해요!!” 그는 You’re welcome 대신 응원의 손길을 보내며 자신의 이름이 ‘하싼’이라고 했다.

리셉션에서 준 카드로 엘리베이터까지는 탔는데, 사무실 키 역할은 못하는지 문은 안 열리고.. 문에 달린 유리창 너머로 누군가 열어주기를 바라고 있던 찰나에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재정담당 ‘앤드류’가 간절한 눈빛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여 바로 문을 열어주었다. 인사담당 ‘미켈라’가 늦게 오게 되어 ‘앤드류’와 내 사수 ‘프란체스코’가 사무실을 구경시켜주고 필요한 정보들을 알려주었다. 알고 보니 현재 우리 회사는 나 포함 총 네 명이다.

스타트업 회사라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데스크톱이 3000유로 하는 맥에 마우스와 키보드는 다 새것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책상은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이고 의자도 작업하기 정말 편한 의자이다. 나 쓰라고 미켈라가 문구용품도 이것저것 구비해 놓았다. 나는 아주 흥분해서 말했다.

“저는 원격근무 절대로 하지 않겠습니다!!”

더 감동적인 것은 커피머신. 우유 스팀도 만들 수 있고 샷과 농도 조절도 가능하다. 쓰는 원두도 몰타 로스터리 카페 LOT61에서 가져온다.

회사 첫 출근을 축하한다며 다 같이 외식까지 갔다. 분위기가 정말 좋다. 미드 속에 있는 것만 같다. 이 디자이너 일 공고를 봤을 때, ‘가족 같은 회사’라고 적혀있지는 않았는데 첫날부터 그런 느낌.

무엇보다 사수를 정말 잘 만났다. 프란시스코가 트레이닝을 해주는데, 친절하고 세심하게 잘해준다. 성격도 나랑 비슷해서 소통하는 것도 편하다. 그는 몰타에서 만난 사람들 중 그 누구보다 비전과 목표가 뚜렷하다. 잘 따르겠습니다. 선배님.

입사 첫날.
몹시 행복하고 들뜬 마음에
잠들기 더욱 어려웠다.
첫 출근 전 날 보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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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unsplash

몰타에 오게 된 사연

영국에서 코로나가 터지고 하던 일이 없어졌고 한국에 돌아가야하나 싶었는데 생각지도 않게 몰타에 직장을 구하게 되었다.

발레타 거리 (출처-unsplash)

손흥민 선수 꿈

몰타에 취업이 확정이 되기 전 손흥민 선수가 나오는 꿈을 꾸었다. 유명한 사람이 꿈에 나오면 좋은 것이라 들었는데, 정말 그런 것 같다.

출처 : unsplash

하얀색 고양이 꿈

지난 4월 스웨덴 여행을 마치고 건너간 핀란드 공항에서 즐겨 두르던 목도리를 잃어버렸다. 그리고 몰타에 돌아와 꿈 속에서 그 목도리가 나타났다. 그런데 그 목도리 위에 하얀색 고양이가 잠자듯이 평온한 얼굴로 죽어있었다. 해몽을 위해 검색을 해보니 좋은 꿈이었다.

그 꿈을 꾼 날 오후,
2차 면접을 본 회사에서 합격소식을 받았다.

평소 잠을 깊게 자서 꿈을 잘 안꾸는데
중요한 일을 앞두고는 이런 흥미로운 꿈을 가끔 꾸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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