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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육점 코너의 토끼고기


정말 우리 회사 사람 둘 프란체스코와 앤드류는 음식에 진심이다. 음식을 만들어서 일하는 사람들이 함께 먹고 담소를 나누는 것 또한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평소 대충 끼니를 해결하더라도, 일주일에 한 번은 회사 부엌에서 점심을 요리해 다 같이 먹는다.

이번에는 몰타 사람인 앤드류가 자기가 좋아하는 토끼고기를 요리했다. 엄마 레시피라는데 기대 가득!

몰타에서는 토끼고기를 잘해 먹는다고는 들었는데
지금까지 먹어본 적이 없었다.

점심시간 2시간 전부터 앤드류가
회사 사무실 건물 지하에 있는 슈퍼마켓에서 장을 봤다.
(나도 따라갔다ㅎ)

긴 다리가 그대로 붙어있는 토끼고기는
기다란 앞니가 튀어나와 있는 머리까지
다 갖추고 있었다… 후들후들…


대가리를 자르지 않고
토끼고기를 파는 이유

옛날 옛적 배고프던 시절에 많은 정육점에서 몰래 고양이를 도살해서 머리를 잘라 토끼고기로 둔갑해 팔았더란다. (이탈리아도 마찬가지) 헉…

그래서 토끼고기라는 것을 제대로 인증하기 위해 머리를 일부러 남겨두고 판매했는데 그것이 배부르게 살게 된 오늘날까지 이어져 온 것이라고 한다. 토끼와 고양이는 가죽을 벗기면 기다란 앞니의 유무 외에는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토끼요리 시작

재료들을 사서 사무실에 도착하자 프란체스코가 작업을 중단하고 바로 일어나서 앤드류가 사 온 토끼고기를 부엌칼로 능숙하게 다듬는다. 토끼 머리가 있던 말던 상관없는 것 같다.

몰타 브레드 - 고소하고 쫄깃하니 맛나다

처음 먹어보는 토끼고기는 꼬들꼬들하고
닭고기와 비슷한 식감이었다.
그렇지만 고기의 양은 닭보다는 적어서
고기를 양껏 먹어야 성이 차는 사람은
간에 기별도 안 갈 것 같은?

지방이 그리 많이 없는 것 같다고 했더니
프란체스코가 다이어트에 좋은 고기란다.

후식으로는 치즈 코너에서 산 레몬 뭐시기라는 이름의 치즈를 먹었는데 치즈가 아니라 입에서 살살 녹는 치즈 케이크다.
에스프레소랑 같이 먹으니 기가 막히다..

몰타에서 가장 나랑 잘 맞는 회사를 다니고 있는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 충만한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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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론 머스크가 트위터에 한국 출산율이 너무 낮아 걱정된다고 했다. 알고 보니 이번에 그가 대리모를 통해 일곱 번째 막내 아이가 생겼고 ‘미국 출산율이 저조하다, 걱정된다, 나 봐라 애가 몇 명인지!’라는 내용의 트윗이 시작이었다.

그 댓글로 “동북아시아에 출산율이 더 심한 나라가 있다..”라고 했다. 거기에 덧붙여 머스크가 세계 출산율 랭킹 자료를 올려 꼴찌를 차지하고 있는 한국을 언급한 것이다.

출산율 낮은 나라 1위를 차지한 한국 🇰🇷

저출산 국가 1위를 한 우리나라 ㅠㅠ..

자료출처

자료출처

그 와중에 다출산 국가 1위는 나이지리아.
한 명당 6.8명… 후덜덜..


자료출처

알고 보니 몰타는 유럽 국가 중 출산율이 제일 낮은 나라다. 몰타와 한국의 공통점이 있을 줄이야. 눈 씻고 찾아봐도 없을 줄 알았는데. 한국처럼 몰타도 저조한 출산율로 애를 먹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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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타에서 두 번째로 맞이하는 봄이다.

사하라 사막에서 매섭게 불어오는 모래바람이 집 마당에 있는 빨랫줄, 테이블, 의자, 빗자루 등 전부 휩쓸고 가서 모래먼지 덕지덕지 쌓여있다.


거리에 나가면 주차되어있는 차들도 모래 얼룩으로 꼬질꼬질하다. 그런데 희한하게 몰타의 건물들은 멀쩡하다. 가만 생각해보니 그래서 거의다 누런색으로 지어졌구나 싶었다. 모래바람이 아무리 스쳐 지나가도 누리끼리한 보호색 덕분에 얼룩으로 인한 굴욕이 없다.

몰타에 오래 산 분 말에 따르면
오래된 건물들은 땅파면 나오는 몰타의 돌들로 지어져서 그렇다고 한다. 습기를 빨아들여서 더위가 가신 겨울철에는 집이 눅눅해지는 원인이 된다고. 요즘에는 시멘트로 만든다고 한다.

겉에 아이보리로 페인트를 칠하는 것은 워낙 강렬한 햇살에 색이 금방 바래서 그런 것 같다고.

이미 더 꼬질꼬질할 것이 없는 건물.. 사하라 사막바람 올테면 와라..


물론 산뜻하지 못한 컬러에 항상 후줄근한 느낌이기는 하다. 처음에는 이런 점이 마음에 안 들었는데 몰타에 사는 날들이 길어질수록 정이 들어 친근하다. 편한 이웃집 친구 느낌? 뭐 그 정도라고 할 수 있겠다.

다행히 다시는 안 올 것 같은 비가 흠뻑 내린 덕분에 마당 바닥 청소를 정말 오랜만에 제대로 할 수 있었다. 어제 세차한 사람들 억울할 듯. 이러고 또 사막바람 불어오면 분노할 것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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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간 파이짜 젤라테리아에는
마리오가 쉬는 날이면 새벽에 가게 오픈하는 몰타직원이 있었다. 이 가게에 얼마나 일했는지 물어보니 6년이라고 했다.
와우..



바로 옆 젤라또 가게는 3년 전에 생겼는데
법적으로는 안된다고..

같은 물건을 파는 가게는 어느정도 거리를 두고 장사해야하는데 몰타는 아무리 법이 있더라도 돈을 주면 어길 수 있도록 허용해준다고 옆 가게가 좋은 예라고 했다.

항상 무뚝뚝 하신 표정으로 있길래 말수가 없는 사람인줄 알았는데 은근 이야기 보따리다.


몰타 사람이 열광하는 세 가지
알려주었다.

1. 폭죽
2. 축구
3. 정치


그녀의 피셜로는 저 셋 중에 가장 덜 열광적인 것은 축구라고 한다. 다니는 헬스장 바로 옆 슬리에마 축구단의 축구장이 있어 몰타부모들이 축구 교육열에 불타있는 모습, 선수가 아닌 사람들도 팀을 꾸려서 열정적으로 경기하는 것을 보니 맞는 말인 것 같았다.


몰타의 정치사랑은 이미 올해 선거를 통해서 충분히 알 수 있었으며…


폭죽은 몰타 살게 되면 신나게 터지는 폭죽소리를 만끽할 수 있으니..(특히 주말) 정말 그녀 말이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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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폴에 가서 자주먹는 몰타빵을 주문하고 계산하려는데 자부심이 느껴지는 말투로 “오늘 제폴리 나왔는데 잡숴봐요.”하고 권유하는 직원분. 시선을 돌려보니 조그마한 빵들이 아기자기하게 줄서있다. 평소에는 안보이던 빵이라 무엇인지 물어보니 ‘성 요한 축일’에 먹는 과자란다. 즉 이 제폴리는 메이폴 시즌메뉴. 축일이 다가오기 2주 전 부터 판매하기 시작했다.

메이폴에 진열된 제폴리


맛을 보니 완전 내 취향이다. 겉은 슈크림빵 식감에 속은 부드러운 리코타치즈가 들어있다. 이빵이 이탈리아로부터 유래해서 나라와 지역마다 스타일이 다른 것 같은데 몰타 메이폴에서 파는 것은 리코타치즈에 설탕, 빻은 아몬드, 피스타치오, 말린과일, 초코칩이 들어있다. 입안에서 치즈와 함께 속재료알갱이들이 오독오독 씹히는데, 정말 기가막히게 맛나다.


한국에서 설날이면 떡국, 추석이면 송편을 먹듯이 곧 다가올 몰타 성 요한 축일에는 당연하게 제폴리를 먹는 것 같다. 그리고 제폴리에 대한 몰타분들의 프라이드도 대단한 것 같다.

성요한 축일이 다가오니 여기저기서 판매하고 있는 ‘제폴리’

 


퇴근 길 슬리에마에 한 작은가게 앞에 붙여있는 포스터. 제폴리를 판매한다고 큼직하게 적혀있다. 그 제폴리라는 단어에 꽂혀서 한참 바라보고 있는데 몰타사람인 가게점원 분이 제폴리가 어떤 것인지 신나는 표정으로 친절하게 설명해주신다.

“안에 리코타치즈랑 꿀이랑 아몬드가 들어갔고,
성요셉날에 먹는 몰타 전통음식이야!”

메이폴에서 제폴리를 다음주 까지만 판다고 해서 아쉬운 마음에 검색해보니 평소에도 판매하는 곳이 꽤 있는 것 같다. Lovin Malta에 기사로 맛있는 제폴리 판매하는 곳을 친절하게 나열해주었다. 이 빵이 당길 때 마다 찾아가서 투어를 해봐야지 :)

맛난 제폴리 판매하는 곳 소개 기사 링크 :

https://lovinmalta.com/food/nine-places-to-get-your-zeppoli-fix-in-malta-this-st-josephs-day/

 

Nine Places To Get Your Żeppoli Fix In Malta This St. Joseph's Day

Today, Malta celebrates and honours two things – St Joseph, the father of Jesus Christ, and żeppoli, possibly Malta’s greatest dessert. Maltese – as well as Italians – the world over celebrate St Joseph’s Feast by eating mounds of the freshly ma

lovinmalta.com

 

                                   사랑해 제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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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선거가 끝났는데
몰타는 아직인 것 같다.

지금도 수백번은 본 선거광고를
보고 또 보고있다.

후보 중 한 명인 현 총리 ‘로베르트 아벨라’의 슬로건

‘Malta Flimkien’.


한 달 내내 보고 있자니 뜻이 궁금해졌다.

영어 알파벳으로 되어있어 언뜻보고
몰타어가 아닌줄 알았는데 몰타어였다.

오랜만에 보는 몰타친구에게 물어보니 Flimkien 뜻은 ‘함께’. ‘플린키엔’이라고 읽힌다. 직역하면 ‘함께 몰타’.
자연스럽게 ‘함께하는 몰타’라고 하면 될 것 같다.
함께하자며 투표를 독려하고자 만든 슬로건인 것 같다.

영화를 좋아하다보니 이 단어가 Film[필름]으로
시작하는 줄 알았는데 Flim[플림]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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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렌타이데이 다음날인 오늘도 쿨택시를 탔더니
기사님이 “해피발렌타이!”하며 초콜릿을 건네주신다.

이틀 연속 초콜릿을 얻어먹다니 기분좋다.
거기다 초콜릿 맛도 넘 좋다.


요즘 몰타말을 부담 가지 않는 선에서
한 달에 한 문장씩 배우기로 했고
제일 만만한 표현은 “이름이 뭐에요?”였다.

쉬스맥? 하면 된다.

딱 세글자.

그랬더니 이름이 메튜라고 한다.

나 - 영어이름이네요? 몰타사람들 이름은 영어 아니면 이탈리어인 것 같아요.

메튜 - 내 성도 이탈리어에요.

빵터졌다.
이제 몰타에 일 년 넘게 산 티를 잘 내고 있는 것 같다.

메튜 - 손님 이름은 어떻게 읽는 거에요?

나 - 신영이요.

메튜 - 어렵지 않네요! 어려보이니까 신’영young’ 이렇게 외우면 되겠어요.

대화 중간에 서로의 나이를 말했는데 내 연령대인 기사분이 내가 어려보인다며 놀라셨다. 그래서 내 이름의 young을 그렇게 기억하기로 하셨나보다.

(동양인 동안 유전자 파워!!!🤓)

메튜 - 성은 어떻게 읽는 거에요?

나 - 박이요. 많은 한국사람들이 갖고 있는 성이 김, 이, 박 이렇게 세 개 있어요. 그 중 하나가 제 성이고, 아시다시피 북한 리더분도..

메튜 - 김이네요! 오.. 흥미로운데요.

역시 유럽사람들에게 북한은 언제나 관심소재다. 메튜 기사님도 몰타에 가장 흔한성 Borg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주셨다.

메튜 - Borg의 뜻은 수많은 돌을 뜻해요. 17세기 쯤에 엄청난 부자가 몰타에 살았는데 땅이 많은 사람이니 Borg라고 불린거죠.


돈이 많은 그 부자는 부인들도 한 둘이 아니었을터
자식들도 어마어마하게 낳았다고 한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그 후손들도 번성했을 것이고, 그리하여 수많은 Borg성을 가진 몰타인들이 있게 되었다고 한다.

매튜 - 사실 제 성 중에 Borg가 있어요. 부모님 둘다 성이 Borg거든요.

나 - 와… 정말요???


이상 재미있는 몰타이야기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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