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여행 기분 내려고 인천공항에서 패스트푸드 체인에서 파는 닭튀김을 먹었다. 너무 오랜만에 먹는 정크푸드에 몸이 놀랐는지 기내에서 갑자기 속이 메스꺼워 화장실에 눌어붙어 있었고 거의 반기절 상태였다. 시야가 어두워졌고 기절 직전이었다.
기내식을 먹더라도 가끔 이런 증상이 있어서 평소 안 먹는 음식은 여행 중 먹지 않아야 하는데 식성이 워낙 좋아 쉽지 않다. 나는야 망각의 동물. 어흥!!
도쿄에서 쓰는 교통카드인 스이카 카드가 초록색만 있는 줄 알았는데, 막상 사려고 보니 웬걸. 초록은 다 팔리고, 사용에 유효기간이 있는 빨강 밖에 없다고 한다. 빨간 버전은 초록카드와 달리 디포짓을 내지 않아도 되지만 사용하는데 유효기간이 있는 데다가 쓰고 남은 충전 금액은 충전이 되지 않는다. 앞으로 자주 일본을 여행할 나에게 전혀 맞지 않은 옵션이었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기에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샀다.
(그리고 다음날 초록 스이카 카드를 샀는데, 충전이 카드계산으로 하려니 안 되는 것이다. 뒤에서 일본 중년 아저씨가 나에게 일본어로 ‘나 시간 없어!’라고 짜증 냈다. 나도 당당하게 돌아보며 억울한 얼굴로 반박했다. ‘저도 시간 없어요!’. 일본어 공부 해두길 정말 잘했다는 순간이었다.
아니 내가 일부러 시간을 질질 끌고 있는 거냐고요. 나도 답답해요. 저도 시간 없거든요?)
호텔 도착. 구사일생으로 외운 룸넘버.
이 강렬한 폰트와 색감배치 너무 맘에 든다
치아키 센빠이 발견. 아는 얼굴이라고 반가웠다
오 저 사람은 아라시 멤버네! 카타카나 포테치..포테이토칩인가
이런 귀욤뽀짝 간판만 봐도 너무 좋았다.
무사히 카메이도에 있는 호텔에 도착하고 근처 평점 좋은 사무라이 카페라는 곳에 갔다. 저녁에는 술도 판매하는 곳이었는데, 알코올 섭취 중인 사람 반, 파르페 또는 푸딩 같은 디저트나 일반 음료를 마시는 사람도 있었다. 나는 혹시나 잠자는데 방해가 될까 봐 카페인이 없는 차를 마셨다. 분명 콤부차라고 적힌 것을 확인하고 주문했는데, 내가 아는 맛이 아니다. 우메보시. 매실차란다. 매실인데 내가 아는 시큼한 맛이 아니고 밥에 말아먹는 국물처럼 짭조름한 맛이다. 거기다 서비스로 주신 김에 쌓여있는 아삭한 스낵도 같이 먹으니 이것이 바로 일본의 맛인가 싶었다.
사무라이 카페의 사장님은 60대 후반에서 70대 초반으로 보였는데, 정정하시고 성격이 아주 좋으셨다. 일본드라마에 나오는 주점 사장님 같이 ‘마스터’라고 부르라고 하셨다. ‘이케멘(잘생긴) 마스터’라고 하라고 당당하게 요구하셨다. 마스터와 거기 직원 분들은 내가 최대한 일본어를 하려고 하는 모습에 신기해하셨고, 내 성격을 재밌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