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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두껍지 않은 책이라 쉬는시간 동안, 산책하다가 틈틈이 1주일 동안 재미나게 음미하며 읽었는데, 독후감을 읽고나서 3주 뒤에 쓰려니 무엇부터 적어야 될지 모르겠다. 그래도 의식의 흐름대로 한 번 써보고자 한다.

일단 글쓴이는 참으로 솔직하다. 너무나 진심으로 글을 써내려가서 읽는내내 남의 일기를 몰래 훔쳐보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이로써 독자의 관음증을 온전히 충족시켜주고 있다. 그 뿐만 아니라 작가의 사랑에 대한 본인의 생각들, 성장과정에 영향을 준 가족과 스쳐 지나간 연인들에게 받았던 상처들, 경험 속에서 고찰한 깨달음 등등.. 한 사람의 깊이를 오롯이 책 한권으로 체감할 수 있었음에 즐거웠다. 거기다 작가 특유의 유머러스함이 너무 웃겨서 중간중간 깔깔거리기도 했다.

책의 주된 내용은 지금 현재 결혼한 남편과 관련된 작가의 에세이인데, 책 마지막에는 생각지도 않게 결혼한 남편 분이 글쓴이에게 직접 쓴 글이 나와 신선했다. (그런데 그 문체가 글쓴이와 아주 비슷해보이는 걸로 보아 남편분이 쓴 초고를 직접 편집해주신 것 같다.)

프롤로그에서 작가는 '너와 함께한 7년 동안 나는 더 좋은 사람이 되지는 않았다. 그 대신 외로우니까 이번 한 달 동안은 내 생각만 해달라고 매달리며 엉엉 우는.사람이 되었다. 맛있는 반찬을 나눠 먹을 때면 내 입에 조금 더 많이 집어 넣고는 약간 미안해하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너와의 사랑을 통해 더 성숙해지지도 않았다.' 라고 썼지만, 책을 거의 다 읽어갈 때 쯤이면 독자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다. 글쓴이는 현재 남편과의 오랜 사랑을 통해 성장했고, 그런 부분이 이 책에 감동을 주는 요소들 중 하나인 것 같다.

솔직히 나는 작가가 지칭하는 '테라리움' 같은 사람이다. '적당한 외로움을 견딜 줄 알고, 혼자서 인생을 충분히 즐길 줄 알고, 자신을 위한 삶의 리듬을 꾸리는 사람들. 삶의 생태계를 스스로 구축한 사람들.'이라고 표현된다. 나는 혼자있는 것도 좋아하고, 외로움도 잘 안느껴서 해외에서 오랜기간 가족이나 친구들을 오랫동안 보지 않아도 그렇게 힘들지 않다. 물론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에너지를 얻기도 하지만, 혼자 보내는 시간이 없는 것이 참 힘들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연애가 하고 싶어졌다. 나도 글쓴이 처럼 연인을 만나 서로 성장하고 함께 인생의 여정을 걸어갈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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