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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짐싸기


이사해 본 사람은 안다.
이삿짐 싸기는 정말 이사 가기 직전까지
절대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미리 싼다고 했지만
이사 당일에도 해야할 것들이 많이 남았다.

새벽에 출근하는 라울과 잘지내라고 인사하고,
계속 짐을 싸는데 오늘 짐 옮기는 것을 도와줄
천사 미에르코가 기상해서 자기방문 여는 소리가 들린다.


내가 멀찍이 부엌에서 한국말로 “미에르코 일어났어?”
했더니 미에르코가 찰떡같이 알아듣고 “Yes”라 답한다.
(나는 한국어를 모르는 친구들도 편해지면 그냥 한국말을 해버린다. 그리고 센스있는 친구들은 정말로 알아듣거나 너스레떨며 알아듣는 척을 한다. ㅋㅋㅋ)

미에르코는 나가는문 앞에 한껏 늘어난
내 짐박스와 가방을 보며 놀란 표정이다.

미에르코 - “짐넣을 가방 더 필요해? 나 있어.”

나 - “아니야, 최대한 꾹꾹 넣어서 담으면 괜찮을 거야. 여기서 더 늘어나면 벤택시에 다 못들어갈까 걱정이야.”  


내가 이사가면 깔끔한 미에르코가 내 방을 쓰기로 해서 최선을 다해서 혼신의 열정으로 청소했다.

몰타의 10월은 우기다.
비가 정말 많이 내린다.
그래서 박스에 짐을 싼 나는 걱정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비가 9시 부터 우두둑 떨어지더니
얼마지나지 않아 와르르 쏟아진다.

나 - “미에르코! 비온다! 어떡해 ㅠ_ㅠ!!
         좀 기다려 보다가 비그치면 바로 택시불러서 짐 옮기자!”

키 잃어 버리고 받은 스페어키와, 복사한 키..
정든 부엌아 안녕
짐을 나누어서 엘리베이터에 미에르코와 함께 내려보냈다 ㅋㅋㅋ
사람 한 명 사는데 짐이 참 많다.
자 이제 슬리에마로 가자

부엌에 있는 창문을 통해
계속 비가 하염없이 내려오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기상예보를 보아하니 하루종일 비가 내릴 것 같고 짐이 많으니 내가 탈 자리 밖에 없을 것 같으니 짐을 택시에 옮겨주기만 해도 될 것 같다고 하니 천사 미에르코가 말했다.

미에르코 - “그래도 짐이 너무 많으니까 내가 앉을 자리 하나 있으면 같이 갈게.”

넌 천사야, 미에르코… ㅠ_ㅠ…

다행히 어마어마한 나의 짐은 미니벤 택시에 다 들어갔고, 미에르코도 앉을 자리가 충분했다.

이사할 때 마다 깨닫는 교훈 :
짐을 줄이자.. 쓸데 없는 거 사지말자…

(식재료 포함 부엌짐이 5박스 이상 나온 것은 안비밀.. )  

미에르코 덕분에 편하게 이사할 수 있었고, 감사한 마음에 점심을 사먹으러 갔다. 그런데 이 천사가 자기가 먹은 것은 자기가 내겠다고 계속 우긴다. 그래도 내가 승리했다.

이삿짐 천사 미에르코
슬리에마의 나름 맛집인 사쿠라의 스시, 맛있다 ;)
꼬치도 맛나다!


밥먹고 나서 커피가 마시고 싶은데 현금이 없어서 미에르코 삥뜯은 것은 안비밀..ㅎㅎㅎ

젤라또도 얻어 먹었다 ㅋㅋㅋ
삥뜯어서 미안 미에르코..
다음에 맛난거 해줄게 ;)

젤라또는 피스타치오가 제일 맛나지요



날씨가 다행히 한동안 개어있어서 바다보면서 산책하고 소화도 시키다 보니 피곤이 몰려와 드디어 이사한 집으로 돌아갔다. 문을 여니 아무도 없다.


우와 드디어 혼자 산다.
감회가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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