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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디



프레디 - “넌 참 카툰캐릭터 같아.”

나 - “그 말 많이 들어.”

프레디 - “그리고 크레이지해.”

나 - “그 말도 많이 들어.”

바로 전 주에 하우스메이트였던 라울이 나에게 같은 말을 했단다. 정말 자주 듣는 말이다 욘석아.

이틀 뒤면 새 직장을 구한
스페인으로 이사가는 덴마크 친구 프레디.

한국 문화를 좋아하고 혼자서 한국어를 공부도 하는 친구인데, 이외로 한국음식은 제대로 먹어본 경험이 없다.

이 친구 심지어 넷플릭스 오징어게임 보고는
달고나 체험도 직접했다.

프레디의 달고나체험 인증샷


그래서 새로 이사한 집이 아직 정리가 되지 않았음에도
초대해서 한식을 직접해서 먹이기로 결심을 했다.

미리 프레디가 집에 방문하기 전 양해를 구했다.

나 - “프레디, 나 이사 온 지 얼마 안되어서 짐정리도 다 안되었고, 너 밥 준비하느냐고 청소할 시간도 없었어. 그래서 집이 좀 개판이야. 이해해줘!”

놀러온 프레드는 집에 오자 마자 두손을 가지런히 모아 기도하는 포즈를 취하며 물었다.

프레디 - “나 화장실 좀 써도 될까?”

나 - “응! 꼭 앉아서 써! 너 같이 장신인 애가 서서 싸면… 나 뒷처리 하기 싫어 -_-!!”

프레디 - “물론이지.”

아따 손크다~장신인증 ㅋㅋ


키 큰 사람이 참 많은 스칸디나비아 나라 사람답게
프레디의 키는 196cm.

내가 프레디를 알게 되었을 때
“너 참 크다. 186정도 되는 거니?”라고 물었는데,
그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프레디 - “내가 그렇게 작아보여?”

본인키에 은근 자부심이 있다.
비행기 이코노미석 앉을 수 있는지 궁금해서 물어봤는데,
자기는 유연해서 가능하단다.
그게 상관있는 건가 -_-?



준비한 한식으로는 프레디가 항상 먹고 싶어했던
떡볶이와 송편을 가장 먼저 만들었고,

날이 갈수록 빚는 실력이 늘고 있는 것 같다


채식주의자인 그를 위해 고기 안들어간
잡채, 배추된장국, 김치볶음밥, 김치전, 감자조림을 만들었다.

이 사진을 보니 내 스스로가 참 기특하다



그리고 그가 오기 바로 전 날 김치를 담궜다. 김치를 익은것, 갓만든 것을 골고루 먹이고 싶었다.
(무슨 군대 가는 아들내미 먹이는 것 마냥 ㅋㅋ)

일단 프레디에게는 감자조림이 제일 인기가 없었고,
나머지 메뉴들은 두눈을 동그랗게 뜨고
감탄을 연발하며 먹었다.

익은 것, 갓만든 것 골고루 먹어보게 했다 ;)



프레디 - “나 여기 김치 다 먹어도 돼?”

나 - “어! 더 줄까? 익은거? 아니면 안익은거?”

프레디 - “다 좋아…”

김치를 좋아하는 유럽친구들은 김치를 반찬이 아니라 거의 샐러드 처럼 먹는다. 내가 한 달치 먹을 것을 한 번에 다 먹는다 ㅋㅋㅋㅋ (물론 내가 김치를 즐겨 먹지는 않지만..) 프레디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대단하다 ㅋㅋㅋ 스페인 가기 전 이틀 안에 다 먹을 수 있다고 해서 남은 잡채와 함께 김치 500그램을 빈 유리병에 담아 주었다.

시간이 없어서 3시간 동안 정말 혼신의 열정으로 빠르게 만든 메뉴들
프레드에게 인기가 없었던 감자조림. 난 맛났지롱.
된장국 좋아해서 스스로 만들기까지 한다해서 배추된장국 메뉴선정
김치를 볶는 자체를 신기해하길래 옳다커니 김치볶음밥도 먹어보렴

잡채는 한국에서 보통 잔칫상 메뉴라고 설명해줬다.


처음 만들어 본 감자조림! 진짜 맛났는데 인기없었음 ㅎㅎ
직접만든 수제 떡볶이

그리고 프레디가 인생 최초로 떡볶이를 먹는 순간이 다가왔다. 프레디는 내가 인스타 스토리에 떡볶이떡과 송편을 만들어 올리는 것을 볼 때 마다 항상 맛보고 싶었다고 한다.

프레디 - “이거, 오징어 씹는 거 같아.”

나 - “(정색하며) 야, 그럼 내가 떡이 먹고 싶을 때 오징어를 사먹지 이렇게 굳이 직접 떡을 만들어 먹었겠니 다시 먹어봐봐 -_-“

프레디 - “이 식감에 익숙해 지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

그러고 보니 찰떡의 쫀득한 식감이 서양음식에는 거의 없으니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한 두 개 먹고는 안먹을 것 같이 말하더니 바닥을 보일 때 까지 어설픈 젓가락질로 열심히 떡볶이 하나하나를 집어 올려 맛보는 프레디.

프레디 - “(송편을 맛보며) 안에 깨가 있는 거야?”

그렇다고 하니까 흥미로워 한다.

프레디 - “그런데 내가 이렇게 얻어 먹을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네…”

나 - “그럴 자격이 있을지도 모르지!”

일 밤새서 했는데도 안자고 폐가호텔 데려다 주고 사진도 찍어주고 했으니 당연히 자격있지.

항상 한국문화를 공부하고 관심있어하는 프레드가 한식을 먹어 본 경험이 없어서 그게 마음이 참 안좋았는데 그가 몰타를 떠나기 전에 이렇게 한꺼번에 먹일 수 있어서 뿌듯하다.

한참을 먹는 것에 열중하던 프레드는 긴 다리가 식탁 밑에 한동안 겨우겨우 꾸겨져 있던터라 불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두 다리를 들어올려 측면으로 옮겼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회사에서 가끔 보던 장면이라 빵터졌다.


잘 가, 프레디!
스페인에서 잘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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