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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직장에서의 첫 말실수


음식에 진심인 이탈리아 사수가 까르보나라를 만들어 줄 때 절대 언급하면 안 되는 단어 :

베이컨 Bacon…

이것은 베이컨이 아니라 관찰레..


새로 들어간 스타트업 회사에 주로 소통하고 함께 밥 먹는 사람은 단 두 명. 디자인팀에 내 사수 프란체스코하고 재정팀에 앤드류다. 이 둘은 음식을 정말 좋아하고 꽤나 진심이다.

프란체스코는 한 때 셰프로 일했고 한국인 친구가 한 명도 없는데, 고추장을 직접 사서 한식을 해먹을 정도다.

앤드류는 먹는 양이 내 인생에서 본 사람 중 가장 어마어마하고
항상 어떤 레시피로 음식을 만들까 고민하며 프란체스코와 함께 항상 논의한다. 이들과 점심을 먹으며 하는 대화 주제가 대부분 음식이다.

그렇다.
마치 한국 사람처럼 밥을 먹으며 먹는 얘기를 한다.
이렇게 음식에 진심인 유럽인들을 처음 봤다.
(하기사 해외생활 대부분을 영국에서 보냈으니..)

일주일에 한 번은 한 명이 사무실 부엌에서 요리를 해서 다 같이 먹는다. 한 번은 프란체스코가 까르보나라를 만들었다.  
고기가 보이길래 “우와, 베이컨이다!”라고 말했다.

“너 방금 뭐라고 했니?”


앤드류와 프란체스코가 정색을 하며 물었다.

“베이컨이요.. 왜요?? 베이컨 아니에요?”

그들은 진지하게 설명했다.

까르보나라는 돼지 얼굴살인 '관찰레 Guanciale’를 쓴다.
얼굴 근육은 항상 부드럽게 움직이기 때문에 이 부위는 식감이 아주 좋다고. 그러고 보니 까르보나라 맛있게 하는 ‘스탄야타 Stanjata’ 레스토랑도 돼지 얼굴살로 만든다고 했다.

셰프 취향대로 까르보나라 고기를 선택하는 줄 알았는데 ‘관찰레’가 이탈리아 국룰인가 보다.  

프란체스코 왈,

“베이컨은 영국인이 쓰는 단어야.
까르보나라를 만든다면서
콴찰레를 쓰지 않는 것은 이교, 이단이라고.”


앞으로는 슬기로운 직장생활을 위해
베이컨 단어 자체를 삼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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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출근 바로 전 날,
설레는 마음에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새벽 5시 반에 기상한 후 성당에 가서 기도하고,
헬스장 가서 30분 정도 운동을 하고, 씻고,
아침 먹고, 점심은 첫날이니까 도시락 패스.
맛있는 거 사 먹고 싶었다. 새 직장이 있는 세인트 줄리안으로 향했다.
슬리에마 집에서 버스를 타던 걸어가던 20분 거리.
행복하다..ㅜㅜ

세인트 줄리안

회사 건물은 잘 찾았는데
엘리베이터가 내가 가려는 층수까지 안 간다.

‘뭐야, 어디로 가야 하는 거야..ㅠㅠ’

지각할까 봐 걱정하는 중에
CEO 아우라를 마구 뿜는 중년 남성 분이
건물 뒤쪽에 숨어있는 리셉션으로 안내해주셨다.

“처음 와 보는 거니?”
“네, 오늘 출근 첫날이에요.. 감사해요!!” 그는 You’re welcome 대신 응원의 손길을 보내며 자신의 이름이 ‘하싼’이라고 했다.

리셉션에서 준 카드로 엘리베이터까지는 탔는데, 사무실 키 역할은 못하는지 문은 안 열리고.. 문에 달린 유리창 너머로 누군가 열어주기를 바라고 있던 찰나에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재정담당 ‘앤드류’가 간절한 눈빛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여 바로 문을 열어주었다. 인사담당 ‘미켈라’가 늦게 오게 되어 ‘앤드류’와 내 사수 ‘프란체스코’가 사무실을 구경시켜주고 필요한 정보들을 알려주었다. 알고 보니 현재 우리 회사는 나 포함 총 네 명이다.

스타트업 회사라 별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데스크톱이 3000유로 하는 맥에 마우스와 키보드는 다 새것으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책상은 높낮이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이고 의자도 작업하기 정말 편한 의자이다. 나 쓰라고 미켈라가 문구용품도 이것저것 구비해 놓았다. 나는 아주 흥분해서 말했다.

“저는 원격근무 절대로 하지 않겠습니다!!”

더 감동적인 것은 커피머신. 우유 스팀도 만들 수 있고 샷과 농도 조절도 가능하다. 쓰는 원두도 몰타 로스터리 카페 LOT61에서 가져온다.

회사 첫 출근을 축하한다며 다 같이 외식까지 갔다. 분위기가 정말 좋다. 미드 속에 있는 것만 같다. 이 디자이너 일 공고를 봤을 때, ‘가족 같은 회사’라고 적혀있지는 않았는데 첫날부터 그런 느낌.

무엇보다 사수를 정말 잘 만났다. 프란시스코가 트레이닝을 해주는데, 친절하고 세심하게 잘해준다. 성격도 나랑 비슷해서 소통하는 것도 편하다. 그는 몰타에서 만난 사람들 중 그 누구보다 비전과 목표가 뚜렷하다. 잘 따르겠습니다. 선배님.

입사 첫날.
몹시 행복하고 들뜬 마음에
잠들기 더욱 어려웠다.
첫 출근 전 날 보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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