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이탈리아 친구 미에르코는
내가 7년 동안 만나온 하우스메이트들 통틀어서
가장 깔끔한 사람이다.
그의 청소실력에 감탄하고
페트병도 완전 납작하게 만들어
재활용도 딱 부러지게 하는 모습에 감동했다.

그리고 다른 특이사항이 있다면
타고난 평화주의자다.
싸우는 걸 무척 싫어한단다.

그래서 어렸을 적 꿈은 정치가가 되는 것이었는데
자기 성향과 맞지 않아 포기했다고.

라구 파스타 만드는 법 알려준 거
고마워서 초대해서 불고기를 해줬는데
아픈몸에 무리를 한 것인지
등에 통증이 극심하게 찾아왔다.
나는 간절하게 미에르코에게 부탁했다.

나 - “미에르코!! 나 등 좀 두드려줘!!”


어떻게 두드려야 하는지 보여줬더니 미에르코의 동공지진. 그는 차라리 전문가에게 맡겨야 되는 거 아니냐며 거부했다.
나는 간절히 부탁했다.


나 - “이렇게만 해도 아픈 게 덜 아파져.. 제발 좀 두드려줘 ㅠ”

그렇게 간곡히 부탁했더니 드디어 등을 두드려주는 미에르코. 사무치게 아픈 진통이 좀 가라앉았다. 그리고 다시 잡담을 나누다가 등에서 또 심각한 입질이왔다.


나 - “으악…!! 미에르코 한 번만 더 두들겨줘!”

그랬더니 정색하는 그. 이번에는 절대 안해줄 눈치다. 남을 때리는 것이 영 꺼림칙한 모양이다.


나 - “야 나 죽어!! 😭 ㅠㅠ”

미에르코 - “전문가한테 가는 게 좋을 것 같아.”

결국 나는 약수터에 가면 나무에 본인의 등을 스스로 가져가
툭툭치는 어르신들로 빙의하여
집에 있는 하얀벽에 내 등을 힘껏쳤다.

가지가지한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어쩌겠는가 아파죽겠는데…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던 약수터 어르신들을
이제야 공감할 수 있게 되었다.

한국친구들에게 등좀 두드려 달라면 흔쾌히 바로 해주는데 유럽사람들에게는 생소한 것이었다.

그동안의 해외살이 하는동안 이만큼 아파본 적이 없어 눈치챌 수 없는 문화차이를 이제서야 알게되었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