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5시면 눈이 보통 떠지는데,
바로 전 날 아주 오랜만에
포스터디자인 작업을 해서 그런 것인가
설레는 마음으로 새벽 2시에 눈이 떠졌다.
(지금 생각해보니 쉬는 날이라 설렌 것일 수도..)
그렇게 잠이 오지를 않아
나 스스로에 대해 생각한다.
나는 디자인일을 내 생각 보다 좋아하는 것 같다.
역시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해야하구나.
그리고 반수면 상태에서
한참을 이런 저런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새벽 5시 알람 소리가 날 때 까지..
(다행히 저녁 9시 30분에 잠들어서 4시간 이상은 잤다)
평소대로 음악을 켜고,
느지막히 잠옷을 갈아입고,
파이짜 젤라테리아 가게로 향했다.
마리오 사장님이
평소와 다르게 캡모자를 쓰고 계셨다.
나 - “모자를 다 쓰셨네요?”
마리오 - “추워서.”
나 - “머리 있잖아요?”
마리오 사장님이 모자를 벗어 새로 자른 머리카락의 유무를 보여주셨다.
마리오 - “이발해서 추워.”
그러고 보니 나도 머리를 밀고 앞쪽만 2-3센치 남기고 자른적이 있었는데 그 짧은 머리로 겨울에 진짜 추웠던 기억이났다.
나 - “맞아요, 머리 짧으면 정말 추워요.”
마리오 사장님이 내려주신 에스프레소를 음미하며 마셨다.
마리오 - “오늘도 운동가는 거야?”
나 - “네에, 그 전에 근처 성당에 가서 기도 좀 하고요.”
마리오 - “문을 이 시간에 열어?”
나 - “새벽 6시 전에도 열려 있던데요?”
마리오 - “넌 카톨릭이니?”
나 - “아니요, 개신교요.”
마리오 사장님 하하하하 웃으신다.
마리오 - “성당가서 기도하는 개신교 사람은 너 밖에 없을 거야.”
나 - “저는 상관없어요.”
마리오 - “가면 기도는 얼마나 해?”
나 - “그렇게 오래 하지는 않아요, 짧으면 5분이고 보통 10분 이상 있어요. 커피 잘 마셨어요, 좋은 하루보내요!”
마리오 - “내 기도하는 것도 잊지마!”
나 - “휴가 가는 거요? 알겠어요ㅋㅋ 🤣 “
기도하고 난 뒤에는 헬스장으로 향한다.
하체운동 20분, 스트레칭 20분
그리고 따끈한 샤워를 하고
노곤한 몸이 되어
눈이 반쯤 감긴 상태로
새로 단골이 된 카페에 가서
카푸치노를 주문한다. 꿀맛이다.
그리고 거기서 멈춰야하는데
집에 가는 길에 보이는
델리찌아 시칠리엔 카페…
저기 커피도 맛있고..
내가 좋아하는 지렐라 빵도 있는데..
그래, 오늘은 쉬는 날이니까!
결국 주문하려고 줄을 선다.
커피 두 잔을 이미 마셨으니
양심적으로 카운터 보는 직원에게
지렐라만 주문했다.
그랬더니 누군가 나를 쳐다보는 느낌이 들어
커피머신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강렬한 인상의 직원이 나를 알아보고는
이탈리아 사람 특유의 손짓으로
에스프레소 잔을 들이키는 동작을 한다.
“오늘 에스프레소는 안마시냐?”는 말을
저리도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다니.
나도 말 대신 눈빛과 고개 도리도리로 대답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참 재밌는 커뮤니케이션이다.
솔직히 한 잔 마시고 싶었지만
너무 피곤한 몸이라
집에 가서 바로 뻗을 각이었다.
그렇게 나는 쉬는날 아침 루틴을 마치고
꿈나라로 떠나 정말 오랜만에 달콤한 낮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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