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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장정 두 명 사이에
껴서 가는 칼마행 😂😂😂


새벽 7시에 몰타집을 나와 밀라노를 경유해
자정이 다 되어서야 스웨덴 공항에 도착했지만
행선지 Kalmar에 가는 버스가 새벽 6시 40분에 와서 밤까지 꼴딱샜다.
그렇게 이동시간이 24시간이 지나갔고,
버스로 Kalmar 까지 7시간,
거기서 근처 섬에 있는 숙소까지 또 1시간.

32시간..

버스 타기 전 화장실에 거울을 보니
성별 파악 안되는 추노 한 명이 서있다.
누구냐 너…

경유한 밀라노 공항
스웨덴 도착해서 가는 칼마


스페인에서 여행하고 돌아오신
한 스웨덴 할아버지와 같이 버스를 탔는데
좌석이 맨 뒤에 바로 내 옆자리다.
키가 몇인지 여쭈어보니 190이고
당신 또래들도 키가 비슷하다고..

이 나라는 애들만 큰 줄 알았더니
노인들도 키가 크구나..


할아버지 성함은 모튼이었다.

모튼 - “스웨덴은 처음 온 거니?”

나 - “네에, 그럼에도 스톡홀름이 아니라
칼마에 가고 있네요 하핫.”

모튼 - “친구가 거기 있는 거야?”

나 - “네, 올란드에서 공부하고 있어요.
아, 모튼! 나 이 말 할 줄 알아요!
트리야 블리트 오크 트레파스!”
(만나서 반갑다는 스웨덴어) 모튼 할아버지의 표정이
탐탁치 않아하는 것 같다. 내가 방금 한 말은 외국인을
처음 볼 때 아니면
스웨덴 사람끼리는 안쓴단다. 한국인이 ‘천만에요’를
유웰컴(You’re welcome)을 한국말로
알려달라고 하는 외국인이 있을 때만
쓰는 것 처럼 말이다.


나 - “그럼 뭐라고 말해요?”

모튼 할아버지는 고민하며 구글번역기까지 돌리셨다.

모튼 - “큘 오크 트레파스.”라고 하면 될 것 같아.

나 - “귤(gul)? 그거는 노란색이란 뜻 아니에요?

모튼 - 그거는 귤(gul)! 이거는 큘(kul)! Fun(재미)라는 뜻이야.
공항에서 출발한 버스는 스톡홀름에 도착했고
훤칠한 스웨덴 남자가 내 옆자리에 앉았다.
신기했다. 가끔 기차, 버스, 비행기 탈 때 옆자리가 비어있으면
영화처럼 내 이상형인 운명의 남자가
타기를 기대하지만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그런데 스웨덴에서는 그것이 가능하구나.

잠깐,
왜 하필 오늘 나의 컨셉은 추노인 것인가 ㅠㅠ,,


등이 너무 아파서 뒤척거리고 싶은데도
양쪽에 스웨덴 장정들이
꿀잠을 자고 있으니 어쩔도리가 없다.
아 고통스럽다.

패트릭이 아니라 파스를 갖고왔어야 했거늘..
무릎위에 올려둔 백팩을 열어 진통제를 찾았다.
입에 털어 넣으려고 하는데 물이 없다.


아픔을 잊기위해 열심히 바깥풍경을 구경하는 나.
차창으로 보이는 침엽수 나무들이
서울에서 본가가 있는 강릉으로
버스타고 내려갈 때 풍경과 흡사해
자연만 보고 있으면
마치 강원도에 온 것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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