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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예쁜이라고 애칭하는 켈리와 귀요미라고 하는 한식쟁이와 저녁을 먹기로 한 추석전야.



추석이니까 명절음식 하나 챙겨가면 좋겠다고 생각해 태어나 처음으로 혼자서 만들어 본 송편. 재료가 꿀깨 밖에 만들 것 밖에 없어서 깨, 설탕, 꿀, 소금 넣어 속재료를 완성하고, 반죽은 평소처럼 다 넣은찹쌀가루에 물을 너무 넣어서 아시아 마켓 가서 가루를 더 살까하다가 그냥 밀가루를 넣어서 완성. 다음에는 꼭 물 양조절에 성공해보리라 다짐했다.



찜기가 없어 집에 있는 냄비에 구멍 숭숭 난 쇠로 된 채를 얹었고 또 그 위에 두부를 만들어 보겠다며 산 치즈 만들 때 쓰는 천을 덮어주었다.

밀가루를 넣어도 되직해서 빨리 말라보라며 펼쳐서 잠시 말렸다
다시 동그랗게 말아서 송편을 빚었다
한국집에서 만든 것 처럼 동그랗고 울퉁불퉁하게 하고 팠으나 속이 단단하지 않으니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몰타에서는 두부도 만들고, 떡볶이 떡도 만들고 이제는 송편을 다 빚는다. 하하하. 강릉집에서 하던 것 처럼 울퉁불퉁 모양으로 하고 싶었는데, 속재료가 꿀깨다 보니 모양내기가 만두모양 외에는 힘이들어 포기했다. 뭐, 그래도 모양새만 좋으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찜통에서 20분간 쪄진 송편은 그럭저럭 한국에서 먹는 그 맛을 흉내내고 있었다. 마침 먹을 복 많은 라울이 오후 두 시에 늦은 점심을 해먹으려고 부엌에 나타나서 따끈따끈하고 쫄깃쫄깃한 갓만든 송편을 건네주었다.

라울 - “우와, 맛있다. 이거 뭐야?”

나 - “지금 막 만든 떡이야, 한국 명절이라 만들어봤어.”
  
땡스기빙데이라고 했더니. “해피땡스기빙데이!”라고 해주는 라울 ㅎㅎ

터진 송편을 골라 맛을 보아하니 속이 너무 달다. 처음 만들어 보는 거라… 그리고 달다구리 음식은 내 전문이 아니어서… 에잇, 변명그만!

이 완성된 송편은 구색맞추기만 하면 자기 본분은 다 한 것이라 명하겠노라!

놀러 간 켈리 집. 처음 가보았는데, 영국에서 대학다닐 때 파크우드라는 곳에 만든 기숙사 같은 느낌이었다. 그 기숙사 럭셔리 버전!

혼자 산다는 켈리. 아 부럽다. 근데 집이 아기자기 해서 왠지 모르게 신혼집 같다. 어딘가 신랑 몰래 나랑 한식쟁이 서프라이즈 해주려고 숨어있는 것만 같았다.


웰컴 드링크라며 켈리가 건네준 예쁜 석류알갱이 가 들어간 홍초. 상큼새콤한 맛에 기분이 좋다.


완성된 켈리의 마라샹궈.
전라도 출신인 그녀의 손은 모든 음식을 맛있게 하는 마법의 손이었고, 마라샹궈는 응당 내 입에서 살살 녹았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중국 매운맛 특유의 혀를 톡톡 찌르는 통증에 스트레스가 툭툭 터진다.

한국인 답게 볶음밥까지 해먹었다


남이 해주는 음식은 항상 맛있다.
그런데 이쁜이 켈리가 해주는 음식은 그것을 넘어서 진짜 맛깔나다. 이제 켈리한테 잘 보여야겠다고 다짐해본다.


송편을 본 이쁜이와 귀요미는 신기해했다.
미친듯이 달았지만 맛있게 먹어주었다.
고마워, 얘들아!

숫자 바보인 나는 캘리에게 칩가격을 적어달라고 했다 ㅋㅋ

본투비 딜러인 캘리가 갑자기 카지노놀이를 하자며 갖고 있는 럭셔리 아이템을 꺼냈다. 와우! 깜짝이야!

와… 친구집에서 이렇게 놀아본 적은 처음이다.
있어보여…+_+…

마지막에 켈리하고 나하고 있는 칩 다 걸었는데,
땄다!
역시 땄을 때가 제일 재미지다. 히힛.

카지노 놀이 마감..
딜러관점에서 카드게임


저녁을 먹고 어느정도 재밌게 놀며 소화를 시킨 다음 불꽃축제를 즐기러 슬리에마로 향했다. 장소는 발레타이지만 그곳은 사람들로 북적일 것 같고 맞은편 슬리에마 티그녜 포인트에서 밤수영을 하며 불꽃을 감상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판단했다.



가을 9월 중순임에도 밤수영을 할 수 있다니!
물에 들어가보니 한 여름 너무 더워서 에어컨 빵빵하게 틀었을 때 같다. 시원함과 추움의 그 사이.
아마, 이번이 마지막 밤수영이 되지 않을까 싶다.

물에 둥둥 떠서 알록달록 불꽃이 펑펑 터지는 아름다운 발레타의 야경과 보름달의 풍경을 보고 있자니 감사한 마음이 넘쳐났다.

한 시간을 넘게 물 속에 있으면서 수영도 하고 경치도 보는데 갑자기 10년 전쯤에 하던 기도가 생각났다.

그 때는 재정문제로 유학준비가 힘들었고, 여행은 꿈도 못꿨다. 취업하고 돈을 벌기 시작한 친구들은 유럽여행을 다니며 사진들을 소셜미디어에 올렸고, 그 사진들을 보며 내 자신이 더 초라해지는 것만 같았고 교회 예배실로 가서 ‘저도 유럽여행가고 싶어요.”하며 기도했다. 내 속상한 마음을 전달하며 힘든 유학준비에 억누르고 있었던 슬픈 마음이 터져나와 엉엉 울기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데 지금 내 상황을 보니 유럽에 살고 있는 매일매일이 여행하는 것만 같다. 물론 여유로운 생활은 아니지만 10년 전에 비교하면 훨씬 낫다. 그리고 유학길도 쉽지는 않았으나 졸업까지 할 수 있었다.

언제 이루어질지는 모르지만 기도는 응답이 되는 것 같다. 그 응답이 Yes이든 No이든 하나님이 내 기도를 다 듣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했다.  



밤수영의 하이라이트!
예쁜이와 귀요미와 함께 발레타 배경으로 실루엣 인생샷을 찍었다. 포즈에 적극적인 그녀들 덕분에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 감사한 시간이었다.

내년의 밤수영을 기약하며…
밤수영 안녕…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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