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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요미 마틸데


스웨덴 칼마에서 연극공부하는 마틸데는
돌아오는 주말에 공연준비로 바빴다.
쉬는시간에 잠깐 보는데도 피곤해 보였다.

“신영! 선생님이 너 리허설 보러와도 된대!”

“와 진짜? 신난다!!”

마틸데랑 패트릭
칼마 극장
칼마 극장


“뭐 마실거랑 쿠키 같은 거 줄까?”

구경을 허락하신 선생님께서 친절하게 챙겨주시는데 깜짝 놀랐다.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스승의 권위적인 모습이 없어서 신기하다. 영국에서도 충분히 봐왔지만 아직도 적응이 안된다.

예술학교 다니는 아이들이 나오는 영화 ‘페임’이 절로 생각나는 분위기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흘러나왔다. 자신의 꿈을 위해서 열심히 연습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극장 천장


덕분에 중세시대 느낌 나는 칼마 공연장도 구경하고
리허설도 구경했다.

극장 내부


리허설을 시작하기 바로 전 출연진들과 스텝들이 다 모였고, 또 다른 선생님이 스웨덴어로 마틸데에게 뭐라고 하시는데 ‘잉겔스카Engelska’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내가 영어를 할 줄 아는지 물어보는 것 같았다. 그리고는 영어로 나에게 ‘로미오와 줄리엣 아니?’ 라고 물어보셨다. 스웨덴어가 안되는 내가 연극내용을 몰라 재미없어 하실까봐 걱정이 되신 모양이다.


붉은객석에 앉아있던 나는
아주 자신있게 큰소리로
그렇다고 스웨덴어로 대답했다.

‘요Ja!’ 네!



신기하게도 스웨덴어로 된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내가 공부한 단어들이 많이 나와 깜짝놀랐다.

아침인사나 잘자, 도망가, 나도 몰라, 칼, 좋아,
실례하겠습니다 등이 귀에 꽂혔다.

나는 언어공부를 하며 단어를 외울 때 항상 의문이 있다.

정말 이 의미로 쓰일까? 정말로? 그런데 정말 그 말을 쓰는 원어민이 진짜 내가 공부한 대로 그 단어를 사용하면 알 수 없는 쾌감 같은 것이 있다. 연극을 보는 내내
그 짜릿함이 느껴져 좋았다. 이 스웨덴 아트스쿨도
영국이나 한국의 예술학교와 다를바 없이
여자비율이 월등히 높다. 그래서 대부분의 여자아이들이
남자역을 맡아 거리낌없이
턱수염도 얼굴에 붙여 맡은 역을 소화한다.
(나도 붙여보고 싶다.)

줄리엣 만큼 아리따운 로미오도 여자다.
키스신에서 입술 박치기도 한다.

리허설을 마치니 저녁 10시가 되었고,
선생님의 허락으로 마틸데와 같이
스쿨버스인 비니벤을 타고 숙소로 돌아갔다.

마틸데 클래스메이트가 주말에 하는 공연을 보러오느냐고 물었다. 나는 아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 나 몰타로 돌아가야해.” 돌아가는 길에도 아이들은 서로 피드백을 주고 받으며 어떻게 개선해야할지 회의했다. 그리고 나에게는 스웨덴어를 못하는데 내용이해는 되었는지 궁금해했다. 로미오와 줄리엣 내용을 알고 있는데다 뽀뽀하고 사랑나누고, 앙숙끼리는 눈을 부라리며 칼을 휘두르고, 귀싸대기를 팍팍 날리는데 어떻게 모를 수 있겠니 얘들아 ㅋㅋ

마틸데 덕분에 연극공부하던 추억을 회상할 수 있어 좋았다. 아 나도 다시 공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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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트볼은 스웨덴 친구들이 다들 하나 같이 추천한 스웨덴 음식이었다. 특히 이케아에서 파는 미트볼이 정말 맛나다고 했다.

‘이케아에 식당이 있어?’

진짜 있었다. 예쁜 인테리어 가구들은 감상하다 매장 중심 쪽에서 부터 맛있는 냄새가 솔솔난다.

한국 고속도로 휴게소의 스웨덴 버전인 거 같다. 음식을 제외하고 모든 인테리어와 소품들이 새하얗다.


유일하게 아는 단어 미트볼 köttbullar 을 소리내어 주문했다. 감자는 조그만 감자 삶은 것과 메쉬포테이토 중 하나 중 하나 고를 수 있었고, 이색적으로 딸기소스도 같이 준다. 폭찹 스테이크에 사과잼 잘 발라먹는 사람이라면 맛있게 먹을 것 같다.

일단 식판 챙겨야 합니다
식판이 미어터진다..>_<;;;


디저트도 아기자기하게 내놓아서 딸기 치즈케이크 하고, 납작한 영국스타일 팬케이크도 내 트레이에 다 올려놓았다. 마무리로 커피도 마셨는데 다 합해서 15유로도 안된다.

아니 이거 몰타 보다도 저렴한데?

미트볼은 한국 고기완자 느낌이고,
디저트들도 다 무난하게 맛있었다.

이 이케아 식당이 그대로 몰타에 오면
얼마나 좋을까.

익숙한 여자화장실 아이콘
어색한 남자화장실의 오른쪽 아이콘


여자화장실로 걸어 가는 중에
남자화장실 문을 보고 깜짝놀랐다.
내 평생 여자화장실 쪽에서만 볼 수 있었던
아기 기저귀 갈 수 있다는 그림표시가
남자화장실 문에 있는데 보고도 믿기지가 않아서
한참을 보고 사진까지 찍으려는 순간 갑자기 문이 확 열렸다.

갓난아기를 품에 안고 나오는 남성. 와 신기하다. 아기 아빠는 유모차에 아이를 태워 놀아준다. 이런 진기한 광경을 보다니. 스웨덴에 육아휴직을 하고 육아를 전담하는 일명 ‘라떼파파’가 많다고 들었는데, 진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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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장정 두 명 사이에
껴서 가는 칼마행 😂😂😂


새벽 7시에 몰타집을 나와 밀라노를 경유해
자정이 다 되어서야 스웨덴 공항에 도착했지만
행선지 Kalmar에 가는 버스가 새벽 6시 40분에 와서 밤까지 꼴딱샜다.
그렇게 이동시간이 24시간이 지나갔고,
버스로 Kalmar 까지 7시간,
거기서 근처 섬에 있는 숙소까지 또 1시간.

32시간..

버스 타기 전 화장실에 거울을 보니
성별 파악 안되는 추노 한 명이 서있다.
누구냐 너…

경유한 밀라노 공항
스웨덴 도착해서 가는 칼마


스페인에서 여행하고 돌아오신
한 스웨덴 할아버지와 같이 버스를 탔는데
좌석이 맨 뒤에 바로 내 옆자리다.
키가 몇인지 여쭈어보니 190이고
당신 또래들도 키가 비슷하다고..

이 나라는 애들만 큰 줄 알았더니
노인들도 키가 크구나..


할아버지 성함은 모튼이었다.

모튼 - “스웨덴은 처음 온 거니?”

나 - “네에, 그럼에도 스톡홀름이 아니라
칼마에 가고 있네요 하핫.”

모튼 - “친구가 거기 있는 거야?”

나 - “네, 올란드에서 공부하고 있어요.
아, 모튼! 나 이 말 할 줄 알아요!
트리야 블리트 오크 트레파스!”
(만나서 반갑다는 스웨덴어) 모튼 할아버지의 표정이
탐탁치 않아하는 것 같다. 내가 방금 한 말은 외국인을
처음 볼 때 아니면
스웨덴 사람끼리는 안쓴단다. 한국인이 ‘천만에요’를
유웰컴(You’re welcome)을 한국말로
알려달라고 하는 외국인이 있을 때만
쓰는 것 처럼 말이다.


나 - “그럼 뭐라고 말해요?”

모튼 할아버지는 고민하며 구글번역기까지 돌리셨다.

모튼 - “큘 오크 트레파스.”라고 하면 될 것 같아.

나 - “귤(gul)? 그거는 노란색이란 뜻 아니에요?

모튼 - 그거는 귤(gul)! 이거는 큘(kul)! Fun(재미)라는 뜻이야.
공항에서 출발한 버스는 스톡홀름에 도착했고
훤칠한 스웨덴 남자가 내 옆자리에 앉았다.
신기했다. 가끔 기차, 버스, 비행기 탈 때 옆자리가 비어있으면
영화처럼 내 이상형인 운명의 남자가
타기를 기대하지만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그런데 스웨덴에서는 그것이 가능하구나.

잠깐,
왜 하필 오늘 나의 컨셉은 추노인 것인가 ㅠㅠ,,


등이 너무 아파서 뒤척거리고 싶은데도
양쪽에 스웨덴 장정들이
꿀잠을 자고 있으니 어쩔도리가 없다.
아 고통스럽다.

패트릭이 아니라 파스를 갖고왔어야 했거늘..
무릎위에 올려둔 백팩을 열어 진통제를 찾았다.
입에 털어 넣으려고 하는데 물이 없다.


아픔을 잊기위해 열심히 바깥풍경을 구경하는 나.
차창으로 보이는 침엽수 나무들이
서울에서 본가가 있는 강릉으로
버스타고 내려갈 때 풍경과 흡사해
자연만 보고 있으면
마치 강원도에 온 것 같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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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공항
스웨덴 가는 비행기 타면 써야하는 특정 마스크


“마스크도 잘 안쓰는데 뭘 사오라는 거야...”

스웨덴행 비행기는 특정 타입의 마스크를 써야 탑승할 수 있다고 하니 스웨덴 사람들이 어이없어하는 표정으로 불평했다.

스웨덴 공항에 딱 도착하니 정말 공항내부에 있는 사람들 중 마스크 쓴 사람이 없다. 충격이다.

한편으로는 지나가는 사람들 얼굴이 다 보이니 신기하기도 하다. 바깥에서 사람들 얼굴을 눈, 코, 입 전체적으로 볼 수 있다니!



3만 6천여명의 스웨덴 감염자 수
한국의 현재 감염자 수는 안 보이지만 새로 감염된 사람이 23만여명..


오히려 마스크 쓴 나를 이상하게 본다.
공항에 있는 카페에 따뜻한 차를 주문하며 물었다.

“마스크 써도 되죠?”

그러자 들려온 대답.

“쓰고 싶으면 쓰는 거죠. 그런데 요즘 스웨덴 확진자가 별로 없어서 다들 벗고 다녀요. 백신 맞고, 양성 아니면 괜찮아요.”

믿기지 않았다.
스웨덴이 확진자가 별로 없다고?

검색해보니 한국이랑 비교해서는 현저히 적다. 안타깝게도 나의 조국 대한민국은 10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어쩌다 이렇게 된거지 ㅠㅠ

마음에 갈등이 심하다.
다른 사람들 처럼 벗을 것인가 만약을 생각해서 착용하고 있을 것인가.

영국에서 코로나가 막 터졌을 때 가끔 사람들이 동양인인 나를 보면 기겁하는 표정을 보고 속상한 적이 있다. 마스크를 당시 동양인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쓰지 않아 오히려 마스크 쓴 아시아인을 코로나 감염자로 여기는 시선이 많았다. 그래서 혹시나 인종차별 불똥튈까봐 스카프로 얼굴을 돌돌 말아 다닌 기억이 난다.

지금 스웨덴에서 마스크를 쓰는 나를 보는 사람들의 모습과 그 영국에서의 시선들이 오버랩되며 심난하다.

아우 머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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