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날이 장날인 것인가..
오늘 장사 안하는 것인가 ㅠㅠ….
오픈시간 맞춰서 오스칼이 추천한 커피맛집 Balck Coffee에 갔더니 문이 굳게 잠겨있다. 스웨덴어로 뭐라고 적혀있어 구글번역을 돌려보니까 사정으로 12시에 문을 연다는 글이었다.
옳다커니, 근처 이케아에서 아침을 두둑하게 먹고
다시 가니 문이 열려있다.
그런데 평일이라 그런가 가게가 아무도 없이 휑하다.
“아무도 없어요?”라고 외치자
뿔테 안경 쓴 금발의 스웨덴 직원이 나타났다.
피곤한 상태라 부드러운 우유거품이 당겨 카푸치노를
주문하니 직원이 당황하며 냉장고를 확인하고는
우유가 떨어졌다고 했다.
그렇다면 큰 기대를 하지 않지만 커피를 직접 볶는 로스터리 카페니 드립커피를 주문해보았다.
바리스타 - “어떤 커피로 줄까요?”
나 - “제일 최근에 볶은 것으로 내려주세요! 산미 있는 거는 그렇게 선호하지 않아요.”
바리스타 - “음.. 여기는 보통 미디움으로 로스팅해서 왠만하면 산미가 다 있어요.”
나 - “그럼 산미가 제일 덜 한 것으로 주셔요.”
그래서 선택된 원두는 ‘코스타리카’.
로빈(바리스타 이름)은 자신이 마실 것 까지
넉넉하게 내려서 잔에 따랐다.
스웨덴 지방도시 칼마에 맛집도 없다고 하길래 아무리 로스터리 카페라고 해도 큰 기대가 없었는데, 바리스타도 어려서 별로 바라지도 않았으나,
세상에… 너무 맛나다…
이렇게 꽃향기 나는 드립커피라니..
인위적으로 가미한 것 없이
이렇게 자연스러운 상큼한 시트러스 향이 나다니!!
마시면 마실수록 된장의 구수한 맛도 난다.
와 진짜 대박이다.
거짓말 안하고 지난 10년 동안 마신 드립커피 중 제일 맛나다.
와 어쩜 이럴 수 있는 거지?
카페 벽을 가득채운 사진을 보는데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가 커피농장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빈이 말하기를 남자는 사장님이고 여자는 같이 일하던 동료이자 사장님의 전여친이란다.
나 - “헤어졌는데도 저렇게 큰 과거사진을 아직도 붙여 놓다니 신기하다.”
로빈 - “사장님은 신경 안 써. 물론 일을 그만둔 전여자친구는 그렇지 못하지만.”
로빈은 지금은 아니지만 당시 가족을 부양해야해서 대학에서 공부하다가 중단하고 바로 이 카페에 취직을 했다고 한다. 부족할 거 없어보이는 북유럽에서 이런 사연이 있는 스웨덴 사람이 있다니 신기했다.
로빈은 최근 로스팅한 원두를 이것저것 보여주었다. 각 원두 마다 개성있게 과일의 상큼한 내음, 아몬드의 고소함, 초콜릿향 등을 맡을 수 있었다. 원래 250그람 짜리 하나 사려고 했는데 두 개를 사버렸다.
오픈시간에 제대로 가게를 못열어서 미안했는지 아니면 우유를 본인이 다 마셔버려서 (내가 주문한 카푸치노를 못만들게 되어) 미안한 것인지 내 인생 커피인 드립커피의 값은 받지 않았다. 허허 이 친구 장사 잘하네.
스톡홀름 여행에 앞서 숙소예약 말고는 준비한 것이 없어 로빈에게 카페와 음식점 추천을 받았다.
스톡홀름에는 이렇다할 커피맛집이 없다는 로빈. 단조로운 말투로 이 카페 커피가 스웨덴에서 제일 맛있다고 했다.
놀랍게도 그의 말이 맞았다.
스톡홀름에는 로빈이 내려준 것 만큼 맛난 커피가 없었다. (내가 못찾은 것일 수도 있지만) 그리고 스톡홀름에는 맛집이 참 많았다. (칼마 보다 물가는 비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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