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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이사간 슬리에마에서 자주가는 정육점


임시다에서 슬리에마로 이사올 때
가장 걱정되는 것 중 하나가 정육점이었다.

팔체질 중 목양체질인 나는
건강을 챙기려면 주기적으로
소고기를 챙겨먹어야하는데
한국에서 처럼 얇게 고기를 잘 썰어서
주는 임시다의 단골 정육점을 떠나야만 했다.

그래도 정말 운 좋게
슬리에마에 있는 Welbee’s 마트에
정육점이 다양한 고기들도 있고
무엇보다 내가 원하는 얇은고기를
친절하고 섬세하게 잘 썰어주어 만족하고 있다.

최근 내가 이 정육점의 단골이 되었다는 것을
여기 직원분께 인정받았다고 확신하게된 에피소드 하나.


정육점이 손님 응대로 바빠서
내 차례를 기다리며 멍때리고
잠시 한눈 팔고 있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않아
누가 나를 응시하는 기분이 들어
고개를 돌려보니 정육점 직원이
내가 항상 주문하는 소고기를 들어올리며
씨익 미소짓고있다.

그 모습에 빵터져서 큰 소리로 하하하 웃었다.

“어메이징!!!”이라고 외치며
(원래 500그람만 사려고 했는데)
1키로치 달라고 했다.


더 이상의 상세한 설명없이
이 센스넘치는 직원은 내가 원하는대로
아주 얇게 고기를 썰어준다.

내가 항상 주문하는대로
국에 넣으면 정말 딱 좋을크기로
잘라서 나에게 건네준다.

그렇다.


나는 이제 이 정육점의 단골인 것이다.
음하하하!!


나는 이 직원이 너무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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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사는 동네 풍경 1


현재 살고 있는 임시다에서 슬리에마로 이사가기로 결정했고, 최근 이사온 스페인 출신 하우스메이트 라울과 대화를 나누었다.

나 - “라울, 너 일이 오후 1시에 끝난다고 했지?”

라울 - “응”

나 - “그럼 나 곧 이사가는데 퇴근하고 내 짐 옮기는 것좀 도와줄래?”

라울 - “뭐? 이사를 간다고?”

내가 이사간다는 말에 라울이 놀라는 눈치다.

나 - “이제 혼자살 때가 되었어. 진짜 이제는 혼자 살고 싶다.”

임시다 동네풍경 2


몰타에서 그 전 하메들과 힘들었던 경험을 이미 알고 있던 라울은 이해한다면 어디로 이사가냐고 물어보았다. 슬리에마라고 하니 자신도 바다근처인 그곳에 살고 싶었다고 한다.

라울 - “출근하는 곳이 비르키르카라라서 바로 가는 버스가 없더라고, 그래서 임시다로 살기로 했지.”

참, 라울은 비르키르카라 헬스센터에서 일한다.
이제 그곳에 가면 아는 얼굴이 있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뭐, 아플일이 별로 없어서 갈 일은 거의 없겠지만.

라울 - “난 니가 여기 더 살았으면 좋겠는데…”

라울이 나를 하우스메이트로 마음에 들어하다니! 나도 성격좋고 깔끔한 너가 맘에 든다!

나 - “나도 그래! 난 진짜 너랑 미에르코가 깔끔해서 너무 좋아. 정말 나한테 장가왔으면 좋겠다 싶을 정도야.”

라울이 깔깔웃는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과 같이 살다보니 이성관이 많이 바뀌었다. 깔끔한 사람과 사는 것. 그것은 삶의 질을 결정적으로 가르는 중요한 요소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겠다.

같은 동네 할머니 ;)



라울과 대화를 나누는 도중 이태리 하우스메이트 미에르코가 집에 돌아왔다. 라울은 그에게 바로 새소식을 전한다.

라울 - “미에르코! 신이 곧 이사간대.”

깜짝놀란 미에르코는 묻는다.

미에르코 - “왜?”

나 - “계약이 이제 다 끝났어 ^^;;”

침묵을 몇초 이어가더니 한 마디 하는 미에르코.

미에르코 -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모르겠어..”

아, 미에르코… 이 귀여운 녀석…
그리고 몇일 뒤 미에르코는 부엌에서 밥을 해먹는 나에게 오더니 묻는다.

미에르코 - “나 식탁에 앉아도 될까?”

나 - “아우 그럼!”

미에르코는 내가 만든 스프 냄새가 좋다며 칭찬을 하며 나에게 근황과 잘 지내고 있는지 물어보더니 속마음을 내비췄다.

미에르코 - “나는 니가 여기 계속 살았으면 좋겠어.”

나 - “Aww…. 미에르코 ㅠ_ㅠ… 감동이야…ㅠㅠ”

그의 한 마디에 마음이 따끈따끈했다.
미에르코는 이탈리아에서 쭉 살다가 이번이 첫 해외생활이며 처음으로 남들과 쉐어하우스에서 함께 사는 것인데, 그럼에도 나를 불편해하지 않고 저런 포근한 말을 해주어서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임시다 동네풍경 3



집주인 아저씨도 방을 빼겠다는 나의 메세지에 내가 보고싶을 거라는 답변으로 감동을 선사해주셨다. 와, 나 집주인 아저씨 아줌마한테 한 번도 이런 말 들어본 적 없는데…!!

집주인 아저씨의 따뜻한 메세지


몰타 생활 시작할 때는 역대급 악덕 집주인으로 엄청 고생했는데, 지금은 따뜻한 집주인과 하우스메이트들로 이렇게 행복하다니!

앞으로도 잘 살자…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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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타살이 12개월 차,
해외살이 7년 차,

드디어 혼자살게 될 집을 구했다!


원래는 현재 집주인 아저씨가 나를 마음에 들어해서 지금 사는 플랫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작은 스튜디오를 525유로에 임대하는 것을 475에 해준다고 하셔서 거기로 이사가려고 했다. (요즘 몰타 스튜디오 시세를 생각하면 정말 저렴한 가격이다.)

나를 마음에 들어한 집주인 마리오의 파격할인!


하지만 최근 바로 옆건물에서 총격사건이 일어났다. 살인한 사람은 리비아사람, 살해당한 사람은 터키사람이라고 하는데, 그 사건 이후로 아직 어둑어둑한 새벽길에 운동하러 가거나 저녁에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남자가 맞은편에서 걸어오거나 뒤에서 누가 같이 걸어오는 소리가 들리 때면 혹시나 총맞는 거 아닌가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총기사고 바로 다음날 온라인에 뜬 신문


사건 이후로 밤시간이나 이른 새벽에 운동갈 때는 좀 무섭다.



거기다 집주인 아저씨가 내 방 창고에 침대를 받치는 물건을 보관해야 한다고 해서 혹시나 이사갈 것을 대비해 잔뜩 쌓아둔 박스를 밖으로 꺼내 보는데, 왠지 이사를 가라는 신호를 받는 것만 같았다.

방 보러 가는 길은 왠지 영국 캔터베리에서 처음 살던 방을 보러 갈 때 느낌과 같았다. 어둑어둑한 시간대나 주변 풍경들이 그 때를 떠오르게 했다.



마침 슬리에마에서 혼자 사는 지인이 곧 이사간다는 얘기를 들었다. 집을 보러 가고 싶다며 저녁 7시쯤 어둑어둑한 때에 걸어서 가는데, 영국에서 처음으로 집을 보러 가던 길이 떠올랐다. 그 때는 집주인 퇴근시간 맞춰서 저녁에 방을 보러가게 되었는데, 보자마자 마음에 들어서 바로 살게 되었다. 영국에 살게 된지 하루 만에 일어난 일이었고, 다음날 바로 학기가 시작되었다.

방세를 어떻게든 아껴보겠다며 일정을 그렇게 잡은 것이였는데, 시차적응도 안된 상태에서 태어나 처음으로 영어로만 진행되는 수업을 아침부터 저녁까지 들으니 집에오면 완전 파김치가 되었다.

새로 살게 될 슬리에마 동네
슬리에마 가는 길에 지나간 그지라에서 찍은 촛불



그 이후 쭉 6년 반 동안 계속 쉐어하우스에서 살았다. 같이 사는 사람들 중 나를 정말 피말리게 하는 사람들이 종종 있었다. 가장 최근만 해도 몰타에서 같이 살게된 프랑스 여자애들 둘이 개인당 전기세 100유로 넘게 내게하고 (보통 혼자 살 때는 35유로정도였음), 매일 튀김을 해먹어 항상 부엌이 기름때로 가득했다…

이제 혼자 살아 보겠다며 보러 간 지인의 집.
이미 본 사진들 보다 더 아늑한 느낌이 마음에 든다. 거기다 커피 맛집인 타투하는 카페가 바로 근처다. 집주인 아드님과 바로 연락해서 계약서에 사인하고 보증금도 보냈다.

앞으로 살게 된 집 정문과 비슷해서 찍었다 ㅎㅎ
미술을 전공한 지인의 그림이 벽에 걸려있었다. 우와…



그래 돈이 좀 들어도 혼자살아보자!
이제는 때가 되었다!

몰타생활이 익숙해진지 꽤 되었지만, 정말 오랫동안 혼자 살아보지를 못해서인지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 든다.

물론 비싼 월세에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고, 그래서 싱숭생숭한 마음도 들고 설레기도 해서 밤에 자다가 깨기도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좋다. 너무 좋다.

7년만에 만끽하는 온전한 나만의 공간에서
내 삶을 다시 재정비하고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살아야지!

내 인생아 화이팅이다! 아자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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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넷플릭스


지금 너무나도 놀랍게도 핫하디 핫한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처음은 몰타에 사는 한국인들 사이에서의 입소문이 있었고, 곧 전세계 곳곳에 있는 해외친구들에게도 오랜만에 연락이 오는데 같은 내용이었다.

“잘 지내신? 나 요즘 넷플릭스에서 새로 나온 한국드라마를 봤는데 와! 대박이야!”

해외친구 중 가장 먼저 오징어게임에 빠져 미국에서 연락한 에리얼



재작년 ‘기생충’이 미국에서 상을 받고, 당시 거주하고 있던 런던에서도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는데 ‘오징어 게임’은 체감되는 유명세가 서너배는 되는 것 같다.

‘기생충’ 같은 경우에는 영화 잘 보는 영국친구들이 대부분 다 봤을 정도 였고, 심지어 영화관 잘 안가는 대학동기도 발렌타이 데이에 여자친구랑 보러 갈 정도 였다. 그 당시 회사에 일을 하러 가는데 영국인 수퍼바이저가 ‘축하해’라고 하길래 ‘나 승진 한건가?’했는데, 기생충 상 받은 거 축하한다는 말이었다 ㅋㅋㅋㅋ

아무튼, 오징어게임 경우에는 더 많은 빈도수로 해외친구들에게 ‘너무 재밌다’고 ‘안봤으면 꼭 보라’고 연락이 온다.

팔로우하는 인스타 인플루언서의 피드 (@dudewithsign)



더 많이 체감되는 곳은 SNS인데, 내가 팔로우 하는 유명 인플루언서들도, 영국 미국 주요 뉴스매체에서도 오징어게임을 다루고 있다. 인스타에서는 한국, 영국 지인들 너나 할 것 없이 본인 피드나 스토리에 이 핫한 드라마를 보고 있다고 인증하고 하거나 이미 보고 난 뒤 후기를 남기기도 한다.

인스타 스토리에 ‘오징어게임’ 정주행을 인증한 영국친구
덴마크 친구 프레드릭은 달고나를 시도해보았다



지난 주에는 스페인에서 돌아온 하우스메이트 라울이 나에게 인사하면서 물어보았다.

라울 - “참, 신! 너 혹시 넷플릭스에 새로 나온 한국드라마 그..이름이 뭐더라 오징어…”

나 - “오징어 게임?”

라울 - “응! 나 지금 2화까지 봤는데 진짜 자극적이더라. 원래 이런 류의 드라마는 잘 안보는데 잘 만든 것 같아서 계속 보고 있어.”

우리집 옆건물 총기사고가 난 다음날에 몰타뉴스에 살인한 사람 피해자 다 발견못했다고 하니까 오징어게임에 푹빠진 라울이 한 마디 했다.

라울 - “이거 오징어게임이다 확신한다.”

나 - “하하하하하하”

당시 하우스메이트들과의 대화 ㅋㅋ





그리고 어제는 바로 옆집 사는 프랑스 출신의 이웃남자애가 물건을 우리집에 맡기러 왔다가 나에게 국적을 물었다.

나 - “나 한국사람이야. 중국인 아니오.”

이웃남자애 - “오! 너 혹시 넷플릭스에 오징어 게임 봤니?”

나 - “당연하지.”

그는 오징어게임에 대해 찬사를 아끼지 않으며 이번에는 또 인상깊게 본 영화가 있다며 영화제목을 기억해내려고 애를 썼다. 나는 확신하며 그 제목을 대신 말해주었다.

나 - “기생충?”

이웃남자애 - “어! 맞어! 너무 인상깊게 봤어! 좀 꺼림칙했는데 재밌었어!”

이야… 우리나라 문화산업 만만세다.
뿌듯하네 뿌듯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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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타에서 즉흥여행


“저 오늘 생일이에요!”

새벽 6시 30분경, 단골인 젤라또 가게에 가서 에스프레소를 한 잔 시키며 내 생일을 알렸다. (더 정확하게는 가게로 걸어오는 나를 사장님이 나를 발견하자 마자 에스프레소를 내리기 시작하셨지만)


사장님과 사모님이 생일을 축하해주셨다.

사장님 - “이제 몇 살이야?”

나 - “33살이요!”

사장님 - “아직 젊고만.”

나 - “흠…그런가요?ㅎㅎㅎㅎ”

평소 루틴대로 에스프레소를 한 잔 들이키고 나서 근처 성당으로 향했다. 가서 지금까지 지내온 것 주의 은혜라고, 감사기도를 하고 급하게 나왔다. 즉흥여행을 가게 되었기에…



원래대로라면 다음으로는 운동을 해야하지만 슬리에마로 가는 버스를 타기 직전 프레드릭한테 연락이 왔다.

이 친구랑 원래 오늘 마르사스칼라에 있는 폐가호텔에 가려고 했는데 야간근무 5일 동안 하고 가기 힘들 것 같다고 2주 뒤에 가기로 했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곧 야간근무 끝나는데 바로 마르사스칼라로 놀러 갈 수 있을 것 같단다.

평소 아침 루틴을 시작하려고 하는 순간 온 메세지. 프레드릭도 한식쟁이 같이 즉흥적 여행을 즐기는 모양이다.

나 - “정말 갈 수 있겠어? 우리 진짜 폐가호텔가는거야?”

프레드릭 - “지금 뭘 결정하기에 너무 피곤해. 니가 결정해.”

뭐야 이녀석ㅋㅋㅋ 자기가 제안해놓고는 ㅋㅋㅋ

나 - “가자!!!!”

부리나케 집으로 돌아가 폐가호텔에서 입고 촬영할 옷들을 챙기고 마르사스칼라에 가는 버스가 오는 발레타로 향했다. 버스정류장에서 프레드릭을 기다리며 걱정이 되었다. 일 끝나고 집에 들려 옷갈아 입고 온다는 프레드릭이 혹시나 잠에 들어 못오게 되는 것은 아닌가 싶었다. 하지만 그는 나타났다!!


마르사스칼라 풍경
암석 위에 만들어진 염전의 흔적들



도착한 마르사스칼라는 바닷가 근처인 다른 지역들과 또 다른 느낌이었고, 고유한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었다.

호텔로 향하며 바닷가를 따라 걸어가는 데 모래사장 대신 있는 큼직한 암석바다에 신기한 네모난 모양으로 공간들이 나누어져있었다.



그 중 하나가 왠지 엄마 뱃속 같은 느낌이어서 자리를 잡고 프레드릭한테 사진을 찍어달라고 했다. 이 모양은 자궁을 상징하는 것 같다고 하니 프레드릭은 남자성기 같다고 했다. 아니야 아니라고! 자궁이라고! 엄마 뱃속이라고! 엄마 뱃속에 있을 때 나의 평온했던 모습이야!

퍼포먼스 시작
다시 태어나는 중



폐가가 되어버린 호텔은 폐점이 된지 오래되어 입구가 막혀있는 상태였다. 이미 한 번 와 본 프레드릭은 건물 근처를 살짝 둘러보며 어떻게 건물 안으로 들어갈지 인도해주었다.

울퉁불퉁 거친 큰돌 위를 조심조심 지나고 담을 넘는데 학창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아 재밌었다!

담장 넘으면서 찍은 사진
신났다


호텔 내부는 폐가 그 자체였다. 누군가 신나게 그리고 간 벽의 그레피티와 바닥에 널부러진 쓰레기들이 전부였다. 아침에 왔으니 다행이지 저녁에 오면 정말 귀신의 집이 따로 없을 것 같다. 그 전의 모습이 어땠을지 프레드릭은 설명해주었다.



프레드릭 - “사진 찍는 거 잠깐 멈추고 한 번 둘러 봐봐. 여기 이 길목부터 저 곳 까지는 로비였을 거고…”

프레드릭이 설명해주니까 과거에는 이 황량한 건물이 원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었을지 상상해 볼 수 있었다.


건물 곳곳을 구경하며 프레드릭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다. 어렸을 적 힘들었을 때를 회상하며 공유하기도 했다. 평소보다 더 깊은 얘기를 할 수 있어서 좋았다. 이것이 여행의 매력인듯!

덴마크어로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프레드릭의 모습에 빵터지기도 했다 ㅋㅋㅋㅋㅋ

호텔에서 프레드릭이 주운 물건, 자기 여친 생겼다며 이름은 파피루스란다 ㅋㅋㅋㅋㅋㅋ



프레드릭과 헤어지고, 내 사랑 집으로 향했다.
내 사랑이 삼계탕과 취나물 멸치 김치 반찬으로 구성된 감동적인 저녁식사를 준비했는데, 정말 꿀맛이었다. 팬케잌에다가 생일초도 꽂아주고 너무 감동이었다. 내가 남자면 진짜 프로포즈하고 싶다. 누가 데려갈지 참 운좋은 사람!


한국으로 못돌아 간지 2년 4개월차. 삼계탕을 언제 마지막으로 먹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내 사랑 덕분에 한국음식을 몰타에서 잘 먹고 있고, 덕분에 한국이 덜그립다…ㅎㅎ

맛난 음식과 디저트로 배를 두둑히 채워 한껏 기분이 좋은 상태에서 저녁을 함께한 일본친구랑 블루투스 마이크로 노래방을 즐겼다. 정말 신나게 놀았다. 아… 이것이 행복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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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 저녁, 모든 일과를 끝내고 잠에 들기 전이었다. 시험을 치루기 위해 스페인으로 잠시 돌아간 라울에게 메세지가 왔다.

라울 - “신, 괜찮아?”

평소 메세지를 주고 받지 않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나 싶었다.

나 - “응, 괜찮아! 뭐가 잘못되기라도 한 거야?”

라울 - “미에르코가 그러는데 우리 옆건물에 지금 총소리가 나서 경찰이 출동했대.”

나 - “뭐?!”

그리고는 라울이 단체채팅방을 만들어 나와 미에르코를 초대했다. 건물밖 사건현장에 있던 미에르코는 사진과 영상을 찍어 집밖에 어떤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지 보여주었다. 야밤에 경찰차와 엠뷸러스차의 라이트가 깜빡거리고 있었고, 무슨 일인지 궁금해 나와서 구경하는 사람도 보였다.

아니 이게 도대체 무슨일이야.

미에르코 -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는데, 경찰이 위험하다고 에스코트 해줄 때 까지 기다리래.”

돌아온 미에르코는 어떤 상황이었는지 흥분하며 설명했다. 그 짧은 영어로 그 특유의 이태리 억양과 귀여운 옹알거리는 말투로 방언터지듯 말하는데 아..귀엽다… >_<… (기승전 미에르코 귀엽다..ㅋㅋㅋ)

미에르코 - “피자 사러 갔다가 이게 무슨 봉변이야”

그는 정확하게 ‘X킹 피자’를 영어로 언급했다 ㅋㅋㅋㅋ

총소리가 나서 신고받아 출동한 경찰은 흘린 피가 가득한 방을 발견했고, 무장경찰도 출동하게 되었단다. 영어라서 다 못알아들었지만 총 쏜 사람은 못잡은 거 같다고 했다. 밖에 뉴스 미디어에서 취재하러 오고 난리란다.

몰타에 온 지 일주일이 지난 미에르코는 부모님이 걱정하실 까봐 이 일을 알리지 않을 거라고 했다. 이제 이 집에 이사온 지 얼마 안된 이 유럽청년은 넋두리를 시작했다.

라울 - “나는 몰타에 온 건데… 미국이 아니라…”

미에르코 - “몰타에 온 지 일주일 만에 이런 일이.. 우리건물에서 그랬다면 당장 이탈리아로 도망갔을거야.”

이 때 농담 잘 던지는 유쾌한 라울이 한 마디 했다.

라울 - “걱정마, 우리에게는 이 집에서 가장 몰타인인 신이 있잖아. 우리를 지켜줄거야.”

나 - “응? 뭐시라? -_-?? 뭔소리??”

라울, 미에르코 - “ㅋㅋㅋㅋㅋㅋ”


다음 날 아침, 예상대로 총기사건에 대한 뉴스가 나왔다. 총 쏜 사람, 맞은 사람 둘 다 발견되지 않았단다. 아이고야, 무서워서 동네 돌아다니겠남…

부엌에 가려고 방문을 열자마자 스페인에서 돌아온 라울과 마주쳤다. 집에 아무도 없을거라 생각했던 라울. 안그래도 큼지막한 그의 눈이 너무 놀란 나머지 터질 것만 같았다.

나 - “돌아온 걸 환영해 라울, 내가 그 총 쏜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놀랐구나. 걱정마, 나는 신이야.”

진정된 라울이 깔깔웃는다.

이번에는 집에 있던 미에르코가 향수냄새를 풍기며 밖에 다녀온다고 했다.

나 - “그래, 사람 조심하고, 총 맞지 말고…”

반진심 반농담인 나의 멘트에 미에르코도 장난끼 있는 얼굴로 그러겠다며 맞장구친다. 나중에 돌아오더니 뿌듯하다는 얼굴로 한 마디 한다.

미에르코 - “신, 나 총안맞고 잘 다녀왔어.”


귀여운 녀석 ㅋㅋㅋㅋㅋ

몰타가 워낙 작은 나라라 범인은 금방 잡힌 모양이다.
총을 쏜 살인자는 리비아 사람이었고, 피해자는 터키사람이란다. 이 이야기를 몰타에 오래 산 사람들한테 이야기하니 종종 몰타에 일어나는 모양이다. 와… 이 나라 진짜…@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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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온 하메, 미에르코


또 새로 오게되는 이탈리아 남자가 있으니 그리 알라는 집주인에게 거의 공지와 가까운 메세지를 받았다.

남자가 이사오게 되는데 괜찮냐고 물어봐주기라도 하지. 이제 나 혼자 여자가 되는 건데 -_-;;; 이정도면 양반이기는 하다. 라울이 이사올 때는 얘 이사 오고 나서 3일 정도 지나고 난 뒤에 부엌에서 마주쳐서 누가 새로 이사온 지 그제서야 알게 되었으니까…@_@…

집주인 아저씨가 소유한 집은 내가 사는 곳 맞은 편 두 곳이 있는데, 남녀구분 없이 받는 분위기다.

우리동네 바깥풍경



아무튼 이사 온 이탈리아 남자는 막상 만나보니 고등학생 느낌이다. 이름은 미에르코. 몇 살이냐고 물어보니 23살이란다. 아이고, 내가 거의 이모 뻘이다. 그래서 나도 내 나이를 말해주었다.

미에르코 - “너…나이 알고 있었어.”

나 - “응? 어떻게?”

미에르코 - “라울이 말해줬어.”

나 - “뭐시라? 여자나이를 함부로 그렇게 발설했다고라?”

내가 급분노하자 미에르코는 재밌다는듯 킥킥 웃었다.

나 - “그런데 너 진짜 깔끔하다. 너무 맘에 들어!부모님이 깨끗하신가봐.”

쾌적해진 부엌
깔끔한 식탁, 라울이 깔개를 사와서 식사할 때 더 격식있는 것 같다
깔끔해…



학사를 마무리하고, 영어를 배우러 몰타에 왔다는 미에르코는 특유의 이태리 억양과 함께 아이가 옹알이 하듯 말한다. 그게 너무 귀엽다.

미에르코 - “아빠..엄마.. 깨끗해… 그래서 나도 깨끗해야해.”

나 - “너 혹시 형은 없니?”

미에르코 - “있어.”

나- “몇 살이야?”

미에르코 - “26살.”

에잇, 형도 나보다 어리네… -_-;;;

그동안 프랑스 여자애들 둘과 6개월을 전기세 스트레스와 매일 식당 마냥 매일 튀김을 해먹어서 기름때 가득한 부엌으로 힘들었다. 물끓이는 전기포트 손잡이를 잡고 나면 내 손이 기름때로 범벅이었고, 토스트기도 시간들여 닦아도 하루 만에 기름때가 다시 덕지덕지 붙여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애들은 착했다…ㅜㅜ

새로운 하우스메이트 라울과 미에르코가 이사오고 나니 내가 쓰던 부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매일매일 깔끔함으로 반짝거린다. 내가 오히려 새로 이사온 기분이다. 이 두 유럽청년들 성격도 좋다!

왜 하필 이제 이사를 나갈 때가 되어서야 이런 복이 굴러온 것인가!

영국에서도 더러운 플랏메이트들에 힘겨워 하다가 이사 나가기 5일 전 정말 깔끔한 같은 대학 건축과 남자애가 이사왔었다. 스위스계 영국사람인 그의 방에는 직접 만든 건축 피규어들이 있었고, 그의 컵보드에는 요리와 베이킹 키트도 있었다. 인턴십 끝나고 집에 오면 클래식 피아노를 치며 내 귀를 호강시켜주었고, 직접 건강한 식재료로 요리를 하며 항상 나한테 “같이 먹을래?”하고 나누어 주었던 좋은 기억이 있다. 그렇다. 내가 이사 나가기 전 그 5일 동안 너무나 행복했다. 결혼은 이런애랑 해야하는 거구나 싶었다.

뭐, 쌩뚱맞지만…
결론은 쾌적한 현재를 즐기자 하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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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단골가게 파이짜 젤라테리아


나는 슬리에마에 있는 젤라또 가게 파이짜 젤라테리아의 단골이 되었다.

한 가게의 단골이 되는 것 만큼 새로 살게 된 곳의 로컬이 될 수 있는 기분을 빨리 느낄 수 없는 비법은 같다.

젤라테리아는 가족이 운영하는 가게로 새벽 6시쯤 사장님이 오픈준비를 하신다.




그리고 가끔 오후에 갈 때면 사장님 아들이 있는데, 아직 친하지는 않다. 뭐, 그러면서도 철면피 깔고 부탁해서 손가락에 젤라또 문신 큼지막하게 찍기는 했지만 말이다…헤헷…

부득이하게 새벽운동을 못하고, 늦은 오후에 운동을 하러 갔더니 역시 젤라또 타투 상남자가 있다. 에스프레소 한 잔 하러 간 것인데, 아침에 구운 여러가지 크루아상이 아름답게 펼쳐져 있다. 분명 공복은 아닌데, 하나 먹고 또 당겨서 하나 더 시키고를 반복해서 세 개를 먹었다. 피스타치오 맛, 플레인 맛, 곡물 맛. 이렇게 세 개.

크루아상 하나 시킬 때, 접시 대신 커피 받침대 위에 얹어져서 나오는데 세 개를 시키니 무슨 일식 회전초밥집에서 한 끼 먹은 것 같은 느낌이다.



커피 받침대 세개를 포개어 그 위에 머그컵까지 얹어서 젤라또 타투남에게 잘 먹었다며 건네주었더니 항상 무표정이던 이 상남자의 입가에 미소가 띄어졌다.

아 나의 식성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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