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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가는 길.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남성미 가득한 분이
노랑 형광 조끼를 입고 청소 중이다.

1년 넘게 몰타를 살며
버스정류장을 청소하는 분들을 지켜보니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30대후반의
건장한 체격을 갖고 있는 남성분이다.


왜그런고 생각해보니
청소에 필요한 물호스가 있는 차를 끌고
곳곳의 버스정류장을 돌아다녀야 하고
특히 지독하게 더운 여름에는
땡볕 밑에서 청소를 해야하니
강한 체력이 필수일 것 같다.

오늘따라 청소하는 사람이 너무 멋있다.
물을 정류장 곳곳에 뿌리고는
슥삭슥삭 아주 능숙하게
청소하는 모습이 보기좋다.

호기심 가득한 얼굴로 그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한 정거장 청소하는데 얼마나 걸려요?”

“보통 15분에서 20분 정도요.
많이 더러우면 더 걸릴 수도 있고요.”

건장한 체격과 아주 잘 어울리는
낮은톤에 허스키목소리가 참 멋졌다.

“오 그래요? 저 사진 찍어도 돼요?
블로그에 올리고 싶어서요.”

그는 흔쾌히 허락했고, 귀찮을 법도 한데
계속되는 질문에도 무뚝뚝한 말투로 다 대답해주었다.


“하루에 정류장 몇 개를 청소하는 거에요?”

“15개요.”

“우와.. 50개가 아니고 15개라고요?”

“네.”

“그럼 쉬프트 하나에 몇 시간 일하시는데요?”

“8시간 정도?”

“우와, 그럼 15개 금방 청소하고 일 끝내도 되겠네요?”

“볼일이 있을 때는 그렇게 할 때도 있어요.”

질문을 더 하고 싶었는데,
기다리던 버스가 와서 인터뷰를 짧고 굵게 마쳤다.

“고마워요, 좋은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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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와 달리 늦게 일어난 아침.
운동하고 돌아와서 대충 밥해먹고 가면 되겠다 싶었는데,
한식을 좋아하는 일본친구 유리가 부대찌개 사진을 공유해준 바람에 이 한식에 너무 꽂혀버렸다.

오늘 일나가기 전 어떻게든 먹고싶었다.

컵라면 가격이 30센트 정도 올랐다 ㅠㅠ


운동 대충하고, 뜨끈한 샤워 후 Welbee’s 가서 한국 컵라면 사고, 리들가서 소세지랑 마늘을 사서 집에 도착했다.



부엌에 가자 마자 지난밤 냄비에 앉혀둔 쌀에 불을 올리고, 사온 재료들과 함께 부리나케 만들었다. 주어진 시간은 먹는시간 까지 한 시간.


양념장 레시피

빻은마늘 1큰술
간장 1큰술
고추장 1큰술
고춧가루 1 큰술
설탕 1술

처음 만들어 보는 부대찌개지만, SNS에 돌아다니는 레시피 덕분에 꽤 그럴싸하게 만들어졌다. 그리고 맛있었다. 얼마만에 먹어보는 한식인가!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서 피곤한데도 기운이 난다. 솔직히 부대찌개가 그렇게 영양가 있지 않겠지만 고국의 음식은 언제나 정신적 허기를 채워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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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기다리고 기다리던
저렴이 수퍼마켓 리들이
슬리에마에 생겼다.

보통 한 달에 한 번씬
산쥬안에 있는 리들에 맘 크게먹고
장을 가득보고 오는 편인데,
이제는 이 삼일에 한 번씩 마실나가는 김에
들려서 필요한 것만 딱 장보면된다.

빵순이인 나에게 이 코너는 너무 위험하다 ㅠㅠ

소세지 들어간 크로와상은 사랑입니다
보통 물티슈, 치약 등은 무조건 리들에서 구매 :)
13 유로 정도 했던 슬리에마 리들에서의 첫 구매



그래도 고기는 Welbee’s,
자주 먹는 빵은 Maypole에서 사먹어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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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하고 집에 가는 길.
버스를 탔는데

내가 앉은 자리를 마주보는 자리에
하얀색 헤드폰을 끼고
시커먼 옷을 입은 한 남자가 앉았다.

그 사람이 착석하자 마자
눈이 마주치는데 눈빛이 매섭다.
그래서 혹시나 시비걸까봐
싱긋 웃어보았다.

나중에는
버스 가는 방향 반대로 앉는 것이 싫었는지
긴 다리가 내 무릎과 부딪히는 것이 싫은 것인지
내 옆자리로 자리를 바꿨다.

살짝 무서웠지만
거기까지는 괜찮았다.
그런데, 버스에서 내려
다른 버스로 갈아타려고 이동 하는 중
앞서가는 이 남자가 뒤돌아 보며
나를 잠깐 보는 것이다.

그 때 부터
경계심이 높아지면서
최대한 그 남자와 거리를 두었다.

그리고 버스를 갈아타 착석하는데
그 남자도 같은 버스를 타서
또 내 바로 옆자리로 앉는 것이다.

공포심이 증폭되었다.
‘이 남자 뭐지? 나 따라오는 건가?’

어떻게 대응해야할지 계속 고민하고 있었다.
일단 아직 날이 밝은 오후라 다행이라 생각했다.

더 다행인 것은 이 남자가
내 목적지 전에 버스에서 내렸다는 것.
참으로 안도가 되었다.

그리고 다음날.

쉬는시간에 정수기에서 물을 따라 마시는데
먼발치에 앉아 쉬고 있는 다른팀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그리고 그 사람이 나에게 와서는 인사를 하길래 나도 같이 인사했다.

스웨덴 사람이고 금발에 묶은 머리. 분명 헬스장에서 마주친 적 있는 것 같은데.. 참 그 친구는 나랑 키가 비슷했는데 이 사람은 키가 큰 거 같다. 원래 키가 컸는데 내가 못알아챈 것인가?

나 - “근데 어디서 봤더라? 헬스장에서 봤지? 근데 너 키가 이렇게 컸어?”

동료 - “아니 우리 버스에서 봤잖아.”

그 순간 전 날 버스에서 보았던 그 무서웠던 남자의 눈빛과 나에게 인사를 건넨 다른팀 동료의 눈이 오버랩 되면서 동일인물임을 눈치챘다.


너무 놀라서 “으악!!”하고 소리쳤다.
주변 사람들이 무슨일인가 하고 다 쳐다봤다.


동료 - “그렇게 소리칠 것 까지는…;; 어제 버스 타고 가는 길에 너의 공간을 너무 침범하는 것 같아서 미안하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너가 헤드폰도 끼고 무슨 작업을 계속 하는 것 같아서 방해하고 싶지 않았어.. 아무튼 미안해 😣 “

나 - “어.. 그랬구나.. 아니야 괜찮아!”

알고보니 이 친구 매서운 인상과는 다르게 참 사교적이다.
외모 보고 판단하면 안되는 건데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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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지라 거리를 지나면 항상 내 시선을 사로잡는 촛불


새벽 5시면 눈이 보통 떠지는데,
바로 전 날 아주 오랜만에
포스터디자인 작업을 해서 그런 것인가
설레는 마음으로 새벽 2시에 눈이 떠졌다.
(지금 생각해보니 쉬는 날이라 설렌 것일 수도..)

그렇게 잠이 오지를 않아
나 스스로에 대해 생각한다.

나는 디자인일을 내 생각 보다 좋아하는 것 같다.
역시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해야하구나.
그리고 반수면 상태에서
한참을 이런 저런 생각들이 스쳐지나갔다.
새벽 5시 알람 소리가 날 때 까지..
(다행히 저녁 9시 30분에 잠들어서 4시간 이상은 잤다)

내가 좋아하는 새벽길


평소대로 음악을 켜고,
느지막히 잠옷을 갈아입고,
파이짜 젤라테리아 가게로 향했다.

마리오 사장님이
평소와 다르게 캡모자를 쓰고 계셨다.

파이짜 젤라테리아 새벽 6시에 오픈한다.


나 - “모자를 다 쓰셨네요?”

마리오 - “추워서.”

나 - “머리 있잖아요?”

마리오 사장님이 모자를 벗어 새로 자른 머리카락의 유무를 보여주셨다.

마리오 - “이발해서 추워.”

그러고 보니 나도 머리를 밀고 앞쪽만 2-3센치 남기고 자른적이 있었는데 그 짧은 머리로 겨울에 진짜 추웠던 기억이났다.

나 - “맞아요, 머리 짧으면 정말 추워요.”

마리오 사장님이 내려주신 에스프레소를 음미하며 마셨다.

젤라테리아 에스프레소


마리오 - “오늘도 운동가는 거야?”

나 - “네에, 그 전에 근처 성당에 가서 기도 좀 하고요.”

마리오 - “문을 이 시간에 열어?”

나 - “새벽 6시 전에도 열려 있던데요?”

마리오 - “넌 카톨릭이니?”

나 - “아니요, 개신교요.”

마리오 사장님 하하하하 웃으신다.

마리오 - “성당가서 기도하는 개신교 사람은 너 밖에 없을 거야.”

나 - “저는 상관없어요.”

마리오 - “가면 기도는 얼마나 해?”

나 - “그렇게 오래 하지는 않아요, 짧으면 5분이고 보통 10분 이상 있어요. 커피 잘 마셨어요, 좋은 하루보내요!”

마리오 - “내 기도하는 것도 잊지마!”

나 - “휴가 가는 거요? 알겠어요ㅋㅋ 🤣 “

기도하고 난 뒤에는 헬스장으로 향한다.
하체운동 20분, 스트레칭 20분
그리고 따끈한 샤워를 하고
노곤한 몸이 되어
눈이 반쯤 감긴 상태로
새로 단골이 된 카페에 가서
카푸치노를 주문한다. 꿀맛이다.


그리고 거기서 멈춰야하는데
집에 가는 길에 보이는
델리찌아 시칠리엔 카페…
저기 커피도 맛있고..
내가 좋아하는 지렐라 빵도 있는데..

델리찌아 시칠리안 에스프레소


그래, 오늘은 쉬는 날이니까!
결국 주문하려고 줄을 선다.

커피 두 잔을 이미 마셨으니
양심적으로 카운터 보는 직원에게
지렐라만 주문했다.

내 사랑 지렐라 빵


그랬더니 누군가 나를 쳐다보는 느낌이 들어
커피머신 쪽으로 고개를 돌리니
강렬한 인상의 직원이 나를 알아보고는
이탈리아 사람 특유의 손짓으로
에스프레소 잔을 들이키는 동작을 한다.

“오늘 에스프레소는 안마시냐?”는 말을
저리도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다니.
나도 말 대신 눈빛과 고개 도리도리로 대답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참 재밌는 커뮤니케이션이다.

솔직히 한 잔 마시고 싶었지만
너무 피곤한 몸이라
집에 가서 바로 뻗을 각이었다.

그렇게 나는 쉬는날 아침 루틴을 마치고
꿈나라로 떠나 정말 오랜만에 달콤한 낮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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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리에마 새벽길


작년 10월 부터 혼자 살게되며
방세와 공과금도 쉐어로 살 때 보다
200유로 가까이 더 지출되고 있고,
물가도 올랐다.

내 사랑 에스프레소값도 20센트 인상.
잘 사먹는 회사식당 한 끼 가격도 20센트 인상.
더이상 생각없이 지출하면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월급 들어오는 날 부터 10일 동안
평소대로 쓰고 싶은대로 쓰고
얼만큼 지출되는지 적어보았다.
어디에 제일 많이 돈이 나가고
어떻게 절약을 해야할지 궁리해 볼 심산이었다.

일단
방세 580유로
(슬리에마 룸 하나 있는 아파트 치고는 저렴한 가격이다)
인터넷 25유로
공과금 30유로
(보통 나는 25~30유로 사이로 나온다.
샤워를 헬스장에서 거의 매일 해결해서 그런듯.
다른 사람들 보니 보통 35~50유로,
지독하게 더운 여름은 100 유로까지도 나올 수 있다.)


그리고 10일동안
177유로 정도 생활비로 썼다.

예상했던 대로
1순위로 가장 지출이 많이나간 곳은 외식.
그 다음으로 식료품, 의류잡화 순으로 돈이 나갔다.
그렇다면 방세와 빌 빼고는 30일동안 530유로를 쓴다.


총 한 달 생활비는
전부 다 포함하면 1165유로.

아프다는 핑계로 평소보다 배달음식을 너무 시켜먹었다.
이제는 살아있는 것에 감사하며 아프더라도
손을 최소화로 쓰는 방향으로 해서
어떻게 해서는 집밥을 먹어야겠다.

쉽지는 않겠지만 크루아상, 지렐라 간식은 자제해야지.
대신 커피는 원하는 만큼 사마시자.
인생의 낙까지 포기할 수는 없지.

3월달 목표는 무리하지 말고
1000유로 안으로 써보기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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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추워 침실에서 시간을 제일 많이 보내는 요즘.

침대 옆 서랍장 위에는
블루투스 스피커, 머리집게, 텀블러,
연필꽂이, 아이폰 등으로
복작복작하다.

그 중 제일 덩치 큰 스탠드 조명.
이 녀석이 거슬려서 그냥 바닥에 두었는데…

아뿔싸..
두꺼운 이불이 바닥으로 축 늘어져있길래
번쩍 들어올려 제자리에 돌려놓는데
‘쨍그랑!’ 소리가 들린다.

방바닥을 내려다 보니
잠시 내려놓은 스탠드조명이 박살이났다.


제대로 깨져버린 조명 대가리를 바라보는데
흠씬 두들겨 맞은 것 같은 내 몸을 보는 것 같다.
한낱 물건에게 동질감이 느껴진다.

영화에서 나쁜 일을 암시하는 복선과 같이
무언가가 깨져버리면
왠지 안좋은 일이 생길까봐 걱정하는 편인데

지금 이렇게 몸이 아픈 것과
진행되고 있는 일이 잘되지 않는 것 외에는
더 업데이트될 것이 없어서
있다해도 무난히 넘길 것만 같다.

워낙 칠칠치 못해 이런 일이 생기면
바로 어떻게 대처할지 생각하고 행동한다.
(고로 위기대처능력 나름 만렙 -_-v)

노트북을 열어
회사근처 쇼핑몰에 파는 조명을 검색하고
지금 집에 있는 인테리어 소품들을 고려해서
빨간색에 빈티지 느낌있는 스탠드 조명을 골랐다.

퇴근하고 바로 구매완료.
전구도 같이 샀다.


새로 들인 조명이 원래있던 깨진 녀석 보다
침실의 분위기를 더 운치있게 해준다.
디자인도 내가 골랐으니 더 마음에 든다.

인생이 그런 것 같다.
어떤 어려움이 찾아온다해도
어떻게 대처하고 생각하는지에 따라
오히려 전화위복이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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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렐라


메이폴 빵으로만 8키로가 찐 줄 알았는데,
그동안 찍은 사진들을 보아하니
내 사랑 크루아상 보다 더 자주 먹게 된
신흥 강자가 있었다.



최근 자주가게 된 카페 ‘델리찌에 시칠리안’에서
파는 ‘지렐라’라는 빵이다. 겉의 빵은 아삭아삭하고
그 안은 쫀득쫀득한 모짜렐라와
뽀빠이 아저씨가 좋아하는 시금치가 가득 들어있다.


아침운동 끝나고 지렐라 하나 먹고
깔끔하게 마무리로 에스프레소 한 잔 딱 마시면 기가막히다.
정말 제대로된 취향저격이다.

지난 한 달을 되돌아 보니 이 지렐라를 거의 매일 먹다시피했다. 덕분에 크루아상 먹는양이 줄기는 했는데
지렐라도 고칼로리 빵인 것은 매한가지.

결국 지렐라와 메이폴 빵이 합심하여
나를 풍성하게 찌워주었다.


먹는 것은 좋은데 살은 찌고…
우짜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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